지금 월가에선... 악재 감추고 호재 부각시키며 추가 상승 유도

그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양적완화(돈풀기정책) 덕분에 증시호황을 만끽해온 미국인들이 이젠 조그만 악재라도 감추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양적완화 덕분에 증시호황으로 돈 맛을 본 미국인들이 호재가 없으면 호재를 만들어서라도 시장을 살리고 싶어 안달이다.

20일 증권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월가의 행동이 미심쩍다. 모든 악재는 감추고 싶어한다. 대신 호재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주식시장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확연하다. 미국 양적완화 정책 여파로 만끽해 온 증시호황을 어떻게든 이어가고 싶은 모양새다.

지난 16일(한국시각) 있었던 일이다. 이날 상무부는 미국의 6월 소매판매지수가 전월 대비 0.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0.8%보다 부진한 것이다. 특히 미국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0%나 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악재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날 뉴욕증시는 소비 부진에 개의치 않았다. 다우지수를 비롯한 3대지수가 모두 올랐다. 나스닥지수는 8거래일 연속 올랐고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그런데 이날 월가 전문가들의 시장 진단이 가관이다. 조 라보그나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CNBC에 출연, “지난 6월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며 “특히 자동차 판매가 1.8%, 내구재 판매가 2.4%나 늘어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고 긍정 평가했다. 악재를 악재로 보고 싶지 않은 해석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조 라보그나의 아전인수식 해석은 그나마 애교수준이다. 이날 ‘제로헤지’라는 미국 금융전문지는 아예 상무부의 소매판매지표가 조작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계절수치를 제멋대로 조작해 마치 경제가 좋은 것처럼 포장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상무부가 무려 77억달러의 수치를 부풀려 실적을 양호하게 둔갑시켰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월가 분석가들이 2분기 어닝시즌을 맞아 미국기업들의 실적 기대치를 확 낮춘 것도 높은 관심을 끌고있다. 기업별 실적 기대치를 의도적으로 확 낮춘 뒤 실적이 그 기대치만 넘어서면 ‘호재’라고 호들갑 떨면서 주가 상승의 빌미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밥돌 누빈’ 자산운용사 수석전략가는 “대부분 기업이 낮아진 환율 덕분에 실적이 기대치를 살짝 웃돌고 있다”며 “미 증시가 큰 폭으로 오르려면 더 좋은 실적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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