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설 연휴 중인 지난달 30일 인천의 기업을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갑자기 사복 차림으로 뉴스에 등장했다.

그는 인천 공단의 수출업체를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다. 여기서 그는 수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올 1월 수출이 4년 만에 전년동월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낸 것으로 발표되기 이틀 전이다.

최근 정치인과 일부 고위 관료는 조만간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 선거의 자천타천 후보자여서 휴일도 모르고 민생현장을 뛰어다니기는 한다. 그러나 유일호 부총리는 이런 움직임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상태다.

그런 사람이 휴일 민간 기업을 방문해 공개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유 부총리가 실제로 무슨 의도로 30일 행보에 나섰는지는 알 수 없으나, 외환시장으로만 본다면 ‘신의 한 수’라고도 할 만한 결과를 낳았다.

이번 연휴에 들기가 무섭게 해외 외환시장에서는 원화환율이 무섭게 치솟았다. 서울 외환시장이 지난달 31일 다시 열릴 때 역외환율은 연휴 전 서울시장의 환율보다 15원 이상 높았다.

역외의 환율 폭등을 반영해 이날 개장가도 연휴전보다 10원 이상 높게 기록했다.

지금 국내외 상황에서 환율 폭등은 투자불안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환율 조작의 빌미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진정됐다. 오전이 끝날 무렵 상승폭을 5원대로 줄이더니 마감 때는 2.9 원으로 더욱 줄였다.

서울 외환시장이 역외 환율 불안을 일축한 힘은 수출대금에서 나왔다. 기업들이 수출해서 받은 달러를 주저하지 않고 시장에 내놓았다.

역외환율 급등이나 여타 환율 불안 요인이 있을 때면, 기업들은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아껴두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부총리가 휴일도 마다않고 수출기업을 찾아다니며 수출 호조를 강조한 덕택인지 역외의 환율 폭풍은 서울시장에서 찻잔 속 미풍으로 끝나고 말았다.

때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독일에까지 환율 조작을 대놓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설 연휴 뒤의 환율 안정은 여러모로 요긴한 측면이 많다.

미국이 대놓고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면서 환율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지금 상황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은 통화정책과의 업무 차단벽 준수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조작 비판이 억울하다고 주장하지만, 지난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일본이 일부러 엔저를 초래하려는 의도를 전혀 숨길 수 없게 한다.

미국이 일본에 온갖 신경을 쓰고 있는데 만약 기획재정부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면,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일본만 때리지 말고 우리도 쳐다봐”라는 무모한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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