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개혁은 절실...그러나 기업활동 위축시키는 규제 강화는 조심해야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은 대체로 매출은 전년 대비 떨어진 대신 영업이익은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전자가 30조 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둔 것을 비롯해 한국전력이 12조 원,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이 나란히 3조 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지주, 롯데케미칼, KB금융지주 등은 2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을 달성했다. 다만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부진했는데 이는 노사분규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역시 우리 기업들은 국정 공백이 길어지고 경제환경이 녹녹지 않은 상황에서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적은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나마 위중한 정치 상황에 비해 기업들의 수익성이 유지되는 이유는 국제 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값이 크게 하락해 원가가 떨어진 혜택을 많이 보고 있는 것으로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평가하고 있다.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탓에 매출 증가는 지지부진하지만 원가가 낮게 유지된 덕분에 수익성을 제고시킬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은 올해에도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것을 감안해 최대한 몸을 사리면서 마른 수건이라도 짜겠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신규 투자보다는 이미 성과가 확인된 기업을 찾아 인수합병(M&A)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 현금은 늘어나는데, 투자가 늘어나지 않고 인력 채용도 부진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올해는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고 국내 기업 환경이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불투명한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경영진들은 최대한 모험은 줄이면서 현상유지에 급급하겠다는 심사다. 이 같은 경직된 분위기는 정치권도 한몫 거들고 있다.

지난해 4.13 선거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는 대기업을 옭아매기 위한 규제 위주의 입법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 위주의 입법이 마련될 경우 기업의 투자환경은 급전직하할 것으로 염려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오명을 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 경영진들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에 가로놓여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2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을 강하게 추진하는 사안들은 가뜩이나 몸을 사리고 있는 기업들에 더욱 강한 족쇄를 채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입법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나 대한상공회의소(상의) 지적에 따르면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기업 규제 입법이 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영국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진행이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세계가 자국 우선주의로 흘러 가면서 자국 기업인들의 사기 진작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북돋우고 투자를 진작시키려는 국제적인 흐름에는 정면 배치되는 모습이다.

물론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정부와 대기업의 정경유착의 민낯이 드러나고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면서 재벌 개혁과 소액주주의 권리보호를 위한 경제민주화법 처리는 어느 정도 당위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든 규제 입법을 하면서까지 기업인들을 옥죄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 국회에서 도입을 추지하는 상법 개정안은 가뜩이나 한국 증권시장이 외국계 자본에 의해 휘둘리는 상황에서 이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회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영권 압박을 통한 배당금 높이기 등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면서 제도 도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외국인의 국내 상장사 평균 지분율이 30%를 넘어서 3분의 1 수준에 이르고, 영업이익을 많이 올리는 대기업의 경우 40~50%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외국계 펀드의 악의적 소송에 무방비로 노출될 염려가 있는 만큼 이들의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참고로 지난 10일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삼성전자 50.62%, 한국전력 77.96%, SK하이닉스 50.51%, SK이노베이션 40.15%, 신한금융지주 68.07%, KB금융지주 63.71%, 롯데케미칼 31.67%, 현대차 44.27%, 기아차 37.78%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 우대법'으로 비칠 수도 있는 무리한 상법 개정보다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건실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을 활용한 경영 감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영진의 잘못을 예단해 지나치게 기업을 옥죄는 입법보다는 국내 기업 환경이 엄중한 만큼 기업인 사기 진작을 해주면서 또한 투명한 경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현명한 대책이 요구된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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