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기 광진문화재단 사장 "문화사업에서 꿈을 이룬 요즘은 매일이 행복"

▲ 지난 16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초이스경제 주최 '2017 상반기 경제 세미나' /사진=송은지 기자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아침에 공연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묘한 냄새가 납니다. 어떤 사람은 이상하다고 하겠지만 저는 비타민음료를 마시는 느낌이에요. 은행원으로만 살았다면 이런 생활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겁니다."

은행원에서 '문화인'으로 자신의 삶을 바꾼 김용기 광진문화재단 사장(56)은 지난 16일 초이스경제 주최로 서울 을지로 청소년 수련관에서 열린 '2017 상반기 경제 세미나'에서 “창조적 도전을 하려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부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명문대 성악과를 들어갔다. 첫 학기 등록금은 받았지만 2학기 때부터는 지원이 끊어졌다. 집안의 장남인데 음악으로는 살기 어렵다는 것이 부친의 뜻이었다.

3개월간 다시 공부해서 건국대 법대에 들어갔다. 법대에 다니면서 음악팀을 만들어 1983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금상까지 받았다. 그러나 졸업할 무렵 또다시 부친의 반대에 부딪쳤다. 음악인의 길을 걷지 못하고 지금은 없어진 조흥은행과 대기업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은행을 택했다.

그는 은행 비서실에 근무하면서도 VIP 고객을 위한 클래식 음악회를 열자고 은행 측에 제안했다. 창립 95주년 기념 사은음악회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4000만 원을 들였지만 홍보 효과는 수십 배에 달했다는 것이 은행 측의 계산이었다.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현장을 좀 더 잘 알게 됐습니다. 내가 꿈꿔왔던 길을 가려면 공부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문화사업이었고, 그 가운데서도 공연장 경영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관련 책이 전혀 없었습니다."

공연장을 오픈한다고 하면 지방이든 어디든 뛰어갔다. 은행 비서실 명함을 내밀고 현장을 한발한발 돌아다니며 직접 눈으로 봤다. 한편으로는 만화영화제 등을 기획하는 등 경험을 쌓았다. 무려 8년간을 공부한 끝에 건국대에서 공연장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과감히 은행에 사표를 내고 첫 번째 꿈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 세미나 강의하고 있는 김용기 사장 /사진=송은지 기자

 

"당시만 해도 공연장 운영은 사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규모가 작았어요. 번듯한 은행 비서실을 그만두고 극장 운영을 한다고 하니까 '김용기 사고쳤다, 집이 부도가 났다'는 등 여러 루머가 무성했어요. 저희집과 처갓집에서도 엄청 반대했지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잘한 일이 됐다고 생각해요. 나만의 능력으로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기 때문이지요."

물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는 엄청난 어려움이 뒤따랐다. 첫 사업을 시작한지 3개월 동안 매출이 단 한 푼도 없었다. 집에다 손을 벌리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당시 가지고 있던 신용카드로 1000만 원이나 되는  현금서비스를 받았다. 그가 현금서비스를 받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다행히 4달째부터 돈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초창기의 일인데 모 방송사의 '수요예술무대'를 유치하려 했더니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때 2억 원이 넘는 돈이었어요. 무조건 투자했습니다. 방송이 나가고 공연장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기획사들의 대관 문의가 빗발쳤습니다.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였어요."

경영을 잘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다른 대학에서도 제의가 오기 시작했다. 하나 둘씩 공연장 운영을 맡기 시작해 현재는 여러 개의 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에는 나루아트센터 공연장 및 전시실을 운영하는 광진문화재단 사장 공모에 도전해 성공했다.

공연장 운영이라는 자신의 꿈을 이룬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힘든 여정을 거쳤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 터키 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만난 가이드가 지방 대학을 졸업한 젊은 친구였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취업도 어렵겠다는 생각에서 무작정 터키에 온 게 7년 전이랍니다. 지금은 가이드를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커다란 꿈도 갖게 됐다고 합니다. 기회가 없다고 좌절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사례를 알려주는 '선생님'처럼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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