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로존,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빈총을 들고 금융시장 안정을 꾀해 주목받고 있다. 땡전 한 푼 안들고 시장에 공갈포를 쏘고 있는 것이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는 금융시장에서 돈을 실탄에 비유한다. 예컨대 주식투자자금을 많이 비축해 놨을 때도 우리는 “실탄은 충분하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파이낸셜타임즈(FT)가 각국 중앙은행의 돈 한 푼 안들이고 입으로만 하는 경기부양책을 겨냥해 ‘실탄없는 빈총’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FT는 특히 마리오 드라기 ECB(유럽중앙은행) 총재의 무제한 국채매입(OMT) 계획을 실탄없는 빈총에 비유했다. 드라기 총재는 틈날때마다 “지금 유로존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필요하면 OMT를 비롯해 가능한 부양책을 모두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큰소리친다. 그러나 드라기의 이같은 발언에 FT는 의심한다. ECB의 최대주주인 독일이 자신들은 긴축정책을 추진하면서 ECB의 무제한 돈풀기를 허용하겠느냐는 게 FT의 판단인 듯 하다. 결국 드라기는 돈안들이고 빈총만 쏴가며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그런점에선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도 비슷하다. 그는 지난 18~19일(미국시각) 미 상하원 청문회에 참석, “만일 미국에서 금리급등으로 경제성장이 위협받는다면 양적완화를 더 확대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뻥카를 날린 것이다.
 
22일엔 일본은행(BOJ)의 사토 다케히로 정책이사가 빈총을 쐈다. 그는 “우리(BOJ)의 손은 자유롭다”면서 “일본경제가 다시 위험해지면 어떤 조치든 취할 용의가 완전히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양적완화를 추진중인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때로는 돈을 갖고, 때로는 빈총을 갖고 시장을 쥐락펴락 하고 있음을 이들 3명의 관계자가 돌아가며 입증해주는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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