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규제는 신중한 판단 요구돼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초래된 기업인 처벌 이슈도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법원의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날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차지한다는 삼성그룹의 수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구속된 것만으로도 그 충격은 크게 다가온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 간 사업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CEO가 영어의 몸이 되어 행동에 제약을 받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부패의 사슬이 되고 공정경쟁을 가로막는 정치인과 기업인 사이의 은밀한 거래인 정경유착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국민적 염원과 시대적 요청을 저버릴 수도 없으니 진퇴양난이다.

사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경유착이라는 오래된 나쁜 관행이 확실하게 끊어지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적지 않은 자본주의 역사를 지녔지만 정치인과 재벌, 기업인 간의 은밀한 거래는 끊어내지 못한 채 이번에 그 사건이 재발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기업인들은 합리적 성향의 서양적 산물인 자본주의를 받아들였으면서도 기업 경영은 동양적 사고의 가족 경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사회적 지탄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기업인과 재벌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부를 만든 주인공이면서도 큰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는 언제나 공공의 적으로 지목되곤 한다.

특히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청년실업률이 날로 치솟고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이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요즘 촛불집회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비판은 물론 기업인 처벌 및 재벌 개혁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구속은 이런 목소리에 한층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벌과 기업인에 대한 잘못은 엄하게 꾸짖되 잘 가꿔놓은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규제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하겠다.

하나의 기업이 성장해 경쟁력을 갖기까지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인데 개혁이라는 잣대 혹은 민주화라는 빌미로 기업의 경쟁력을 소멸시키고 기업가정신을 꺾는 입법은 자제해야 한다고 본다.

더욱이 요즘 우리 경제는 안팎으로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3년 연속 2%대에 머무르면서 실업자가 100만을 넘어서고 청년층의 실업률은 10%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취업 포기생이나 자발적 실업자 등 '그림자 백수'까지 포함하면 실업자는 350만명을 넘어선다는 통계도 나왔다.

그렇다고 미래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적은 편이다. 올해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국 불확실성에 세계적 무역마찰 우려가 제기되면서 2%대 성장도 위태롭다는 소리가 들리는 실정이다. 이런 위중한 경제난국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세계적 경쟁의 흐름에서 낙오되는 일이 발생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이다.

특히 촛불정국에 힘입어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추진하는 입법들은 다분히 재벌 개혁과 기업 투명성 강화를 목표로 한 것들이 많아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가 자칫 기업하기에 가장 어려운 나라가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염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상장기업의 86%를 차지하는 중소-중견 기업인들마저 공정 경쟁을 가져오기보다는 기업가정신을 꺾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증권시장에서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며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재벌 개혁을 이루겠다는 명분이지만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악법이라며 학계 전문가들도 반대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상법 개정안에 담긴 대주주 의결권 제한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등의 '3종 규제 세트'가 현실화되면 국내 우량 기업들이 거대한 외국계 자본에 지배 당할 염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정치권의 사려 깊고 균형 잡힌 사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먼저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 우려다. 보유한 주식 수에 뽑아야 할 이사 수를 곱한 수만큼 의결권을 주고 이를 한 곳에 몰아 투표를 할 수 있게 하는 집중투표제의 경우, 소액주주 보호가 명분이지만 실제는 외국계 자본의 이사회 장악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경제 민주화를 빌미로 한 재벌 길들이기로 흘러 부작용도 클 것이라는 걱정이 제기되고 있다. 즉 그룹 지주회사 지분을 1% 이상 확보하면 전체 자회사를 상대로 경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면 자회사의 투자 욕구가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은 물론 외국계 펀드의 악의적 소송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주주총회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하면서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와 분리 선임하는 규제가 도입되면 1주 1표의 원칙을 깨뜨리는 과잉 규제 논란에다 투기자본이 원하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다.

재계가 한국에서 기업을 못하겠다는 우려가 나오고 중소-중견기업마저 경영권 방어에 손발이 묶일 염려가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상법 개정의 국회 강행처리는 득보다는 실이 클 가능성이 있다.

하물며 기업인들이 차제에 아예 본사를 해외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 고민을 하고 있다 하니 더욱 시간을 들여 국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본 이후에 신중하게 입법을 추진해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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