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투자자들은 유가 상승에 베팅하지만...시장 상황은 그렇지 못해"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유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마음만 앞서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가는 오르고 있지만 급락 요인도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 같은 지적을 내놨다.

21일(한국시각) WSJ에 따르면 지금 원유시장에는 여전히 엄청난 초과공급 요인이 존재한다. 투자자들이 유가에 대한 사상 최대의 강세 베팅을 쌓고 있지만, 원유시장의 펀더멘털은 아직까지 투자자들의 그러한 긍정적인 전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애널리스트들은 유가가 크게 하락할 위험에 있다고 보고 있다.

20일(유럽시각) 런던 ICE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에 헤지펀드와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브렌트유에 대한 순 매수포지션(유가 상승에 대한 베팅)을 늘리면서 2011년에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의 순매수 포지션을 기록했다.

이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측이 “OPEC 회원국들이 2016 년에 합의한 감산량의 90%를 달성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나온 현상이다. OPEC은 과거의 합의에 따라 달성한 것보다 더 높은 감산 이행 실적을 보였고 이것이 원유투자자들을 흥분케 했다.

WSJ은 하지만, “다른 지표들은 원유시장이 유가를 2년도 더 넘게 압박해 온 엄청난 초과공급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특히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지난주 수요일에 미국 원유 재고가 2월 둘째 주 기준 1980 년대에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이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발표를 내놨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J.P 모건의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마틴은 WSJ을 통해 “유가가 계속해서 OPEC의 생산 감소에 대한 보도와 미국의 원유 재고증가라는 모순되는 영향력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원유 재고는 원유 재고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원유시장에 경고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투자자들은 아직 동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ICE 거래소의 트레이더 매매계약 보고서에 따르면, 펀드들은 유가에 대한 매수 포지션 혹은 브렌트유 가격 상승에 대한 베팅을 늘렸는데, 매수 포지션은 무려 5억 2500만 배럴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늘어난 데 반해, 유가에 대한 매도 포지션 혹은 브렌트유 가격 하락에 대한 베팅은 4400만 배럴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유가 상승에 대한 베팅이 CFTC가 유지하고 있는 기록 중 10년도 더 넘는 기간 동안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투자심리가 악화되는 경우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에 노출되게 된다. 마틴에 따르면, 원유 재고가 계속해서 증가하거나 수요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 유가는 배럴 당 5~10달러 하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20일(미국시각) 글로벌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0.8% 상승하며 배럴 당 52.34달러로 거래되었고, WTI(미국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0.6% 상승해 배럴당 50.11달러를 기록했다. OPEC이 작년 11월에 감산 합의에 이른 이후로 유가는 20% 정도 상승했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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