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마이너스금리까지 불사하는 일본을 놔두고 한국이 조작한다고 강변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엔화환율이 상승한 날, 원화환율은 소폭 하락했다. 큰 폭은 아니지만, 국제시장에서 리스크 감수하는 투자의욕이 살아날 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달러 대비 원화환율은 21일 1달러당 1146.1 원에 마감됐다. 전날보다 1.4원(0.12%) 하락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국제외환시장에서 엔화환율은 오후 4시6분(한국시간) 현재 1달러당 113.53 엔으로 전날보다 0.38% 상승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20일 1% 넘게 상승한데 이어 21일에도 소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 투자리스크를 감수하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코스피는 0.89%, 니케이지수는 0.68%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기업들의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가 원화환율 상승세를 막고 있다. 수출 회복이 배경에 있어서 기본적으로는 한국경제에 반가운 일이지만, 외환당국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화환율만의 하락이 지속돼, 100엔 대비 원엔환율이 다시 900원대로 내려가면서 다시 수출에 제동이 걸리게 되면, 한국 경제 전체의 성장엔진이 가동을 멈추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국의 고민이 더욱 깊은 것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 분야 외신인 파이낸셜타임스가 환율을 조작하는 건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기사를 낸 것은 당국의 신경을 극히 예민하게 만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15년 주인이 일본의 언론그룹 니케이로 바뀌었다.

AFP는 당시 보도에서 두 신문의 합병이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야 한다며 일본언론은 마찰을 피하기 위해 자체적인 검열을 한다고 지적했었다.

언론 문화에 대한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듯,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는 노골적으로 환율에 개입하는 일본은행을 놔두고 비난의 표적으로 돌리는 행위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은행은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매수하는 형태가 아니라,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엔화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일본은 이걸로도 부족해 한 때 헬리콥터 머니까지 심각하게 논의했었다. 하지만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21일에도 일본 의회에서 환율 개입을 위한 통화정책을 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일본 금융기관들의 격렬한 반발에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것은, 명백히 엔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 금융계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평가도 엔화가치가 얼마나 떨어졌는가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어떻든 한국의 외환당국은 원화환율의 변동에 대해 극히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외환관련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한국 외환당국의 국제통화기금(IMF) 선물환 순매수 포지션이 지난해 말 516억808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18억8900만 달러 줄었다. 감소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11월 이후 집중됐다. 이는 당국이 외환시장 관리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한국 정부가 수세적 모습만 보이는 경향도 있다.

의도가 의심스러운 외신이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 조작한다”고 비난한데 대해, 한국으로서는 일본중앙은행과 비교해 환율을 목표로 하는 양적완화와 마이너스금리, 헬리콥터머니 논의 등이 일체 없음을 보다 더 분명히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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