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망하게한 장본인에게 회사 회생시켜 다시 넘긴건 대형 특혜

우리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다시는 되풀이 되어선 안되는 일도 있다. 바로 현대건설 매각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례가 그것이다.
 
채권단의 구조조정과 회생노력으로 1등 건설사가 된 현대건설을 과거 현대건설을 망하게 한 장본인들에게 다시 넘긴 것은 우리의 구조조정史에서 대표적인 ‘나쁜 선례’로 인식되고 있다. 게다가 2010년 12월과 이듬해초 현대건설이 옛 현대家의 손에 다시 넘어가는 과정에서 현대그룹(회장 현정은)과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이 보여준 볼썽사나운 인수전쟁은 두고두고 가혹한 비판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당시 그 많은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을 현대家의 손에 다시 넘긴 이명박 정부 또한 세월을 넘어 비난받아 마땅하다.
 
당시 정몽구의 현대차그룹에 넘어간 현대건설이 어떤 회사인가. 바로 옛 현대家가 경영을 잘못해서 망했던 회사가 아닌가. 그런데 채권단이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 현대건설을 다시 우량회사로 회생시켜놓으니까 다시 현대家의 사람들이 둘로 쪼개져 서로가 현대건설을 가져가겠다며 볼썽사나운 싸움박질을 벌인 것 아닌가.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떤 분인가. 현대건설 출신 아닌가. 옛 현대 맨 아닌가. 따라서 그의 대통령 재임중에 현대건설을 현대家의 손에 다시 넘겨준 것은 특혜시비를 각오한 것 아닌가. 현대건설을 망하게 한 장본인들에게 이 회사의 경영권을 다시 넘겨주는 게 온당키나 한 일인가. 당시 국내 언론들이 현대건설 인수전을 둘러싼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싸움을 막장드라마에 비유하며 온갖 비판을 가했는데도 꼭 현대건설을 현대차그룹에 매각했어야 옳은가.
 
또한 외신은 어떠했는가.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이 지난 2010년 12월 1일 보도한 내용이 섬뜩하다. 이 신문은 “한국 기업들의 족벌경영과 소액주주들을 무시하는 경향, 기업 지배구조 문제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 뒤, 현대건설 인수전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 신문은 특히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상황은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서로에 대한 비난과 소송 위협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 인수전이 단지 적통성을 획득하기 위한 족벌 구성원 간의 경쟁일 뿐이라는 시각을 강화시키고 있다”면서 “소액주주들이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 한국에 경종을 울리지 않았는가.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정부가 현대건설을 현대차그룹에 넘긴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참으로 의문의 연속이다.
 
필자가 이제와서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부실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선 안되겠다는 판단에서다. 일단 건실한 기업을 망가뜨린 장본인들에겐 그 회사를 회생시켜 다시 가져가게 해선 안된다는 생각에서다. 현대건설 같은 일이 자꾸 재발될 경우 부도덕한 기업인들 사이에 “회사가 망하면 버리고, 회사가 다시 건실해지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시 되찾아가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이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웅진, STX 등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설사 부실했던 기업들이 다시 어엿한 모습으로 부활하더라도 옛 주인에게 다시 회사 경영권이 되돌아가도록 하는 일이 있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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