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채권시장의 반응은 엇갈려... 원화가치는 절상, 시장금리는 하락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은행이 물가상승세를 본격적으로 의식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물가를 목표수준인 2%로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현재 수준에서 더 이상 오름세가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기조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등 통화정책 기조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한은의 이런 변화에 대해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1.25%로 유지했다.
그러나 한은은 금통위의 공식성명서인 통화정책 방향에 중요한 변화를 줬다.
지난 1월13일 회의에서 “소비자물가는 공급측 요인에 의한 하방압력이 완화되면서 1%대 중반으로 오름세가 확대되었다”라고 언급했던 것이 이번 회의에서는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 등으로 물가안정목표인 2% 수준으로 오름세가 확대되었다”로 바뀌었다.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이 주원인인 만큼, 예전 통화정책의 기준이었던 근원인플레이션은 1%대 중후반으로 변화가 없었다. 근원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이들 품목을 제외하고 편제한다.
통화정책 방향의 문구는 금통위원들의 의결을 통해 결정되는 것으로, 구두점 하나의 변화까지 금통위원들의 의논을 거쳐 이뤄진다.
금통위는 특히 결론부분에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달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접근하도록” 노력한다는 표현과는 크게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2%의 안정목표에 못 미치던 물가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오르지 못하게 할 필요성을 한은이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은의 통화정책에서 더 이상의 완화는 쉽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특히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까지 미국과 환율조작국 시비를 초래할 수 있어서 한은의 행보가 완화에 대해서는 더욱 조심스러워 질 수 있다.
한은이 이러한 입장 변화를 분명히 보였음에도 채권시장에서는 시장 금리가 전날 올랐던 0.02%포인트만큼 내려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한 영향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원화가치가 전날보다 0.4% 가량 절상됐다. 기업들의 월말 수출대금 유입과 함께, 한은의 물가에 대한 인식변화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