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급했는데, 위안 아닌 다른 아시아 통화만 절상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사진=미국 재무부 홈페이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강한 달러는 미국의 이해에 부합한다.”

생소한 얘기는 아니다. 특히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이라면, 정권을 넘어 대대로 대물림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에서의 재무장관 발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가 24일(한국시간) 보도한 단독 인터뷰에서 “중국은 환율조작의 그랜드 챔피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현재 위안환율은 0.06% 올랐다.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를 0.06% 절상 고시했는데, 시장에서는 오히려 비슷한 폭으로 절하된 것이다. 인민은행 고시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발언까지 외면한 환율 변동이다.

그의 말발이 안 먹히는 이유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 있다.

므누신 장관은 하루 전 월스트릿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달러 절상은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한 달러는 미국과 세계 경제에 여러 측면에서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달러가 지도적 통화의 지위로서 외환보유액의 주축을 이루고, 미국 경제에 대해 확신을 갖게 해준다”고 말했다.

어쩌다 말실수로 나온 얘기도 아니고, 이는 그가 상원에서 인준청문회를 할 때 강조한 내용과 일치한다.

므누신 장관의 발언이 일치안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뿐이다.

외환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에 대해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의도를 시사한 것보다는 “그냥 그렇다고”라는 푸념 차원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끼리 과연 환율전쟁, 무역전쟁을 벌이겠냐는 의구심도 섞여있다.

하지만,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신흥국가 통화는 전혀 사정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위안 아닌 다른 아시아 통화들을 절상시키고 있다.

블룸버그의 환율표는 24일 오후 3시27분 현재 달러를 기축통화로 표시하는 대부분 아시아 통화 환율이 하락했다는 표시를 하고 있다. 예외는 위안과 엔화, 홍콩달러, 뉴질랜드달러 뿐이다.

싱가포르달러 0.09%, 호주달러 0.01%, 대만달러 0.2%, 원화 0.7%, 필리핀페소 0.01%, 인도네시아루피아 0.16%, 인도루피 0.22%, 말레이시아링깃 0.22%, 타이바트 0.22% 등의 달러대비 절상률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원화의 절상률이 단연 돋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두 고래의 환율싸움에 무수한 새우들이 끌려들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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