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에선 공사대금 편취 의혹 터져 '눈총'...'수신제가' 해야 할 처지

▲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유임된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56회 정기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최근 허창수 GS회장이 전경련 개혁을 외치고 있는데 그룹 계열사에서 뜻하지 않은 악재가 터졌다. GS건설이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을 만한 '공사대금 편취 의혹'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이다.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 개혁에 앞서 계열사 개혁부터 해야 할 다급한 처지가 된 것 같다.

최근 허창수 회장이 힘든 선택을 했다. 난파 위기를 맞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새 회장을 물색하다 못해 허창수 현 회장을 연임시키기로 하면서 또 다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허 회장의 연임 일성은 단호했다. 전경련을 환골탈태시키겠다고 했다. 정경유착을 근절하고 전경련의 투명성을 강화하며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외부의 전경련에 대한 시각은 싸늘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전경련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대형 회원사들이 줄줄이 이탈하고 있다. 전경련의 위상이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허창수 회장 시절 일어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런데 그가 재임했던 시절에 망가진 전경련을 그의 손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하니 여러 곳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물론 후임자를 못 구해 그가 회장을 다시 맡았다고는 하지만 그게 잘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대통령이 바뀌거나 정권이 교체되면 전경련이 또 어떤 시험대 위에 오를지 모를 일이다. 일부 대선주자 중에선 전경련의 존재에 거부감을 갖는 인사도 없지 않은 까닭이다. 또한 "전경련 해체"는 주요 시위의 주요 구호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앞으로 허 회장은 그 누구보다도 진정성을 갖고 개혁에 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의 허물까지 추궁하려 들 세력이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허 회장은 앞으로 재계 인사 중 개혁적인 마인드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도 솔선수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GS그룹부터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GS그룹 계열사들부터 모범 경영을 하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만 그의 진정성을 믿고 전경련에 거부감을 갖던 사람들도 마음을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벌어진 GS건설 관련, 불미스런 의혹은 허 회장을 더욱 곤혹스럽게 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 관련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용서하기 힘든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GS건설은 3월 2일부터 오는 9월 1일까지 6개월간 국내 관급공사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된다고 공시했다.

이는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이 최근 “발주처 등을 속여 공사비 수백억원을 챙겼다"는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얘기인 즉 GS건설은 지난 2015년 12월 수서~평택 고속철도 3-2공구 터널 굴착 과정에서 시공하지 않은 공사를 마치 시공한 것처럼 꾸며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공사 대금 190억여원을 편취한 혐의다.

물론 GS건설 측은 “설계 변경 후 공기단축을 위해 공사를 먼저 진행한 다음 대금을 받는 바람에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런 만큼 행정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과 행정처분 취소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필자도 우리의 기업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GS건설의 주장이 거짓이 아니길 바란다. 그러나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만으로도 GS건설이 허 회장에게 커다란 짐을 안겨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GS건설은 다름 아닌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거느리는 회사다. 허 회장은 과거 GS건설 회장을 맡은 적도 있다. 그런만큼 GS건설은 그 어느 회사보다 모범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하필 오너 경영인인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가뜩이나 어려운 전경련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할 즈음에 GS건설 문제가 터져 허 회장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2013년에도 분식회계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다. 자신과 집안일부터 잘 다스린 뒤 더 큰 일을 도모하라는 뜻이다. 지금 허창수 회장의 처지가 바로 그런 것 같다. 허창수 회장의 갈 길은 바쁜데 G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건설이 치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가뜩이나 허 회장은 전경련의 국정농단 연루 문제로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그리고 전경련을 최악의 상황에서 구하려 하는데, GS건설마저 국민의 신뢰를 저해할 의혹에 휘말려 허 회장을 더 어렵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허 회장은 내부 개혁부터 한 뒤 전경련 개혁을 논해야 하는 게 순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때마침 지난 25일 벌어진 광화문 촛불시위 때 재벌구속특위의 행렬은 서울 종로구 GS건설 건물 앞도 지나갔다고 한다. 그 때 "전경련을 해체하고 허창수를 구속하라"라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고 한다. 허 회장이 재계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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