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지난 28일 영국의 경제 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의 '새로운 컴퓨팅 칩의 성공이 가져올 IT 환경 변화'에 관한 기사는 기존 반도체 업계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반도체 칩의 수요 변화가 몰고 올 파장을 언급한 기사로 언뜻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에 얼마나 준비를 잘하고 있는지 묻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분야 업계 1위인 미국의 인텔을 주로 한 분석이었지만 얼마든지 여타 기업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는 여러 출구가 있을 수 있지만 SK하이닉스는 D램 위주의 사업 구조여서 그 파장이 상대적으로 크게 다가올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부터 강력하게 일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모멘텀은 IT 분야에서는 대체로 인공지능을 필두로 해서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 데이터,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이 같은 모멘텀을 바탕으로 인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실적이 수직 상승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고 올해 전망도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다양성을 창조하면서 장기적으로 인텔 등 기존의 반도체 업계 강자들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인 엔비디아의 급성장은 이런 변화의 조짐을 시사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엔비디아는 기존 개인용 컴퓨터(PC)를 고속의 게임기기로 전환해주는 그래픽 처리장치(GPU-Graphics Processing Units)라 불리는 칩을 개발했는데, 초창기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최근 데이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품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GPU가 게임기기를 위해 개발됐지만 최근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한번에 소화해야 하는 머신러닝, 인공지능(AI) 등의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데 유력한 장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텔이 개발한 중앙처리장치인 CPU가 대세를 이루던 시절에서 서서히 균열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인텔의 오랜 고객사였던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다른 기업이 개발한  프로세서를 선택하거나 자체적으로 개발해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도 그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보통 GPU 같은 장치를 중앙처리장치에 빗대 '가속장치'라고 부르는데 다양한 가속장치가 개발돼 인텔의 독과점 체제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주문형 반도체인 ASIC도 가속장치로 탈바꿈해 그 쓰임새가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수십 개의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이를 운용하는 ASIC 칩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 역시 `TPU'라는 언어인식용 ASIC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요즘에는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s)라는 프로그램이 가능한 비메모리 반도체가 뜨고 있기도 하다.

인텔은 이들에 대응하기 위해 훨씬 더 강력한 CPU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것은 물론 인수합병(M&A)에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이미 2015년에 FPGA 제조회사인 알테라를 167억 달러에 인수하고, 4억 달러에 인공지능 칩을 개발하는 너바나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자들도 이에 질세라 자체적인 컴퓨팅 플랫폼을 만들거나 칩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 응용 프로그램, 시각화와 가상현실(VR)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쏟고 있다. IBM과 같은 회사는 오픈 플랫폼을 통해 전문적인 반도체 칩 개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세계적인 전장 기업인 하먼 인수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장치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비해 SK하이닉스는 아직 D램 위주의 생산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들어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낸드(NAND) 등의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거나 인수합병을 실시한 적이 있지만 아직까지 괄목할 만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한 타개책의 하나로 일본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있지만 그 가능성 또한 두과 봐야 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SK하이닉스로서는 캐시카우인 D램을 고도화하는 것은 물론 낸드플래시, SSD 등 메모리 사업 확장을 비롯해 본격적으로 도래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비메모리, 전장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체 개발이 힘들다면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이나 외국 기업을 거금을 들여 인수합병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실정이다. D램이나 NAND 등에서 동종 업계 투자가 늘어나고 있고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 주문형 반도체, 전장 사업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가는 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돼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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