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는 유럽보다 한국 등 신흥국 전망이 더 긍정적"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금리 인상전망 확대에 따른 달러 강세,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가 겹치면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글로벌 금융기관인 HSBC는 3일 분석 자료에서 "그 우려가 지나쳐 보인다"며 "신흥국의 위험 프리미엄이 시간이 지나면 완화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진단했다.

먼저 달러 강세의 경우 HSBC 외환 전문가들은 올 한 해 '상고하저'의 흐름을 예상한다. 즉 하반기에 달러가치가 후퇴하기 전에 상반기에는 미국 경제 리플레이션(경기 회복 및 확장) 긍정론이 부상하면서 견고한 달러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HSBC는 "올해 상반기에 약 5%의 달러 랠리를 예상하는데, 유로화 대비 1.1달러, 엔화 대비 125엔을 예상한다"며 "하지만 이 같은 강세가 해소되면서 연말에는 1.1달러/유로, 115엔/달러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HSBC는 미국의 리플레이션 스토리가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또 달러가 약 25% 강세를 보였던 2014년과 유사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달러 강세는 보통 단기적으로 신흥국 경제에 위험이 된다. 하지만 HSBC는 "신흥국 환율이 올 연말 달러 대비 소폭의 약세만을 보일 것으로 생각하고, 이에 따라 신흥국 화폐 약세가 나타난다면 이는 투자자들에게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두 번째는 중국 경제 경착륙 위험이다. 즉 막대한 부채 부담, 준고정 환율제도와 정책 비유연성이 특정 시점에 중국 경제를 크게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HSBC는 “중국의 부채가 거의 대부분 현지 통화로 부담을 지고 있기 때문에 경착륙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국내 저축액이 높고 대출이 국영 대출기관을 통해 이뤄졌으며 타이트한 자본 통제로 억제되고 있다"며 "우리 경제 팀은 올 한 해 중국의 GDP 성장률을 지난해 6.7%보다 소폭 낮아진 6.5%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올해 중국이 직면한 도전과제는 부동산 섹터를 진정시키는 것이고 신용 증가를 억제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또한 현재까지 중국 정부는 성장을 부양하기 위해 인프라 지출 등 전통적인 정책들에 의존했는데 이 같은 전통적인 정책들은 현재도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HSBC는 "만약 미국이 중국에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취한다면, 중국은 이 같은 정책 도구를 더욱 공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경제의 지속된 내성은 신흥국 원자재 기업들에 대한 긍정론을 심어준다"고 언급했다.

전체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 약 30% 상승했는데, 이는 견고한 수요 증가와 함께 공급 및 투자 감소로 견인됐다는 판단이다.

HSBC는 "원자재의 공급 제약으로 올 연말 브렌트유가 65달러/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생각하고 구리 가격의 장기 평균을 3달러/lb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이에 비해 유럽이 신흥국보다 미국의 잠재적 보호무역주의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는 게 HSBC의 시각이다. 유럽이나 신흥국이나 상품 시장에서 개방 정도는 비슷한데, 두 지역 모두 수출/GDP 비율이 약 30%다. 하지만 유럽 증시는 신흥국 대비 더욱 개방돼 있어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와 같은 증시는 해외 매출 노출도 비중이 70% 이상이다. 반면 중국, 인도, 한국, 브라질과 같은 대형 신흥국들은 해외 매출 노출도가 40% 미만이다.

특히 미국의 잠재적 국경세에 대해 신흥국보다 유럽 증시가 더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HSBC는 "미국에 대한 매출 노출도가 가장 높은 10개 나라 중 6개는 유럽인 반면 2개만이 아시아 국가들"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유럽 경제는 올 한 해 훨씬 낮은 수준의 경제 성장(1.2%), 인플레이션(1.7%), 금리 수준을 보이는 데 비해 높은 국가부채 수준(GDP의 110%)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비해 신흥국은 각각 4.1%, 3.9%, 50% 수준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세 번째는 증시 밸류에이션 측면이다. 두 지역 모두에서 현재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흥국의 밸류에이션이 더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HSBC 측의 판단이다.

현재 유럽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뚜렷한 반등 부재 속에서 기껏해야 적정 수준이라는 것이다. 반면 신흥국의 경우 원자재 분야를 중심으로 회복국면이 시작되었고, 이 같은 반등은 비원자재 섹터들로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금융 섹터에 대한 전망이다. 금융 섹터는 유럽 지수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규제 완화에 대한 희망으로 혜택을 받았다. 반대로 신흥국에서 금융 섹터들의 이익은 아직 억눌려 있는 측면이 있어 반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HSBC는 "이런 사안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신흥국 증시는 유럽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이라며, "주가수익비율(P/E)로 보면 신흥국은 약 12배인 것에 비해 유럽은 약 15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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