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정금공 다시 합치던 출범 직후 금융 정상화 정책은 이제 기억만 남아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박근혜 정부의 출범 직후에는 금융 분야에서 지금으로서는 격세지감이라 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치들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빗장이 풀려버린 은산분리를 복원시킨 것,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합친 것은 전 정권의 특히 우려스럽던 금융정책을 정상화시킨 것으로 평가받았다.

최소한 금융만큼은 안정감을 확립할 것이란 기대에 처음으로 의외의 조치로 등장한 것은 산업은행장 인사였다. 금융일선에 뛰어본 적이 없는 대학교수를 KDB금융그룹 회장에 임명했다.

이미 그때 심각한 구조조정 문제를 안고 있던 주요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총수가 직접 현장을 챙겨야 할 것으로 지적됐는데, 과연 새 KDB 회장이 이에 부응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결과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나타나지 않은 그의 처신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 그의 불참 사유는 ‘연락 두절’이라는 매우 보기 드문 것이었다. 그는 지난 2월 갑작스럽게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3조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3일 밝혔다.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손실이 된다. 이보다 더 큰 손실을 기록했던 건 1998년의 4조9000억 원이다. 이 때는 바로 외환위기 때다.

산업은행은 지금 ‘준 IMF’에 해당하는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역대 정부는 주로 차관급 재무관료를 산업은행 총재로 기용했다. 산은 총재로 부임하는 차관들은 몸을 사리는 성향이 강한 금융업계에서 정부 정책을 위한 돌격대 역할을 자임했다.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책 이해도가 높은 관료가 총재로 선발됐다. 때로는 ‘관치금융의 화신’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들은 이런 별명을 오히려 ‘일 만큼은 맞는 방향으로 한다’는 훈장으로 간주하고 현장에 매달렸다.

이명박 정부 들어, 산업은행의 총수 자리는 직함이 총재에서 행장으로 바뀌었다. 이보다 더 큰 변화는, 이때부터 한 치 건너서라도 정치권과 상당히 연관이 있는 사람이 산은회장으로 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예전 같으면 차관들이 오던 자리에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임할 때 행장 자리는 회장으로 격상(?)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두 명의 산은 회장이 등장했는데 두 사람 모두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박 대통령 캠프에서 뭔가 하나씩은 했던 사람들이다. 2008년 이전의 산은 총재 이력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경력이다.

3조원의 적자를 냈다면, 앞으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것인지가 더욱 중요한데 지금 회장에게 그만한 운신의 폭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산은 안팎에서는 그 또한 정권과 인연을 가진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 부임한 연유는 어떻든 전임자 때의 적폐를 조금이라도 더는 일에 매진하려는 모습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비상시기에 과연 그의 지도력이 얼마나 작동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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