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의 외교 전략 본받아 현재의 경제국난 극복해야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한국 경제가 '바람 앞의 불(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안으로는 탄핵정국으로 리더십 부재가 4개월 이상 이어지고 밖으로는 G2(미국, 중국)를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흐름이다. 특히 지난주 중국은 한국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설치를 위한 부지 계약을 마무리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국민의 한국 여행을 사실상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계약 당사자인 롯데그룹을 비롯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는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해서 강한 제재와 불이익 조치를 내리면서 보복의 강도를 크게 높여왔다. 이에 지난주 말 한국 증시는 중국 관련주들이 급락하며 보복의 어두운 그림자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중국 현지에서는 한국 기업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물론 한국인들에 대한 신변 안전에도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마치 1992년 한-중 국교 수립 이전의 80년대 냉전의 시대로 다시 돌아간 느낌을 받는다.

이에 관광 및 화장품 업계를 비롯해 중국을 상대로 사업을 크게 하는 기업들은 사태 진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향후 기업 실적에 미칠 영향에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 트럼프 정권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실시한 이후 무역적자가 크게 늘어났다며 향후 무역협상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한 2017년 무역정책 의제에서 "한미 FTA로 인해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2배 이상 증가했고 이는 미국인이 기대한 결과가 아니다"면서 한-미 FTA를 비롯한 기존의 무역협상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내비쳤다.

공식적으로 나온 멘트는 아니라지만 향후 얼마든지 무역제재 강도를 높이면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주만 해도 철강 분야에서 불공정 무역 관세를 매기는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 강도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 같은 G2의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의 보복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해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압박의 강도를 높여 왔지만 실제로 우리 정부가 취한 조치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3일에도 중국의 보복 조치에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마련하겠다"고 말했지만 이 같은 검토성 발언은 지난 8개월째 계속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한 대응도 거의 마찬가지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번주 미국 트럼프 정권의 주요 인사들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지만 우리 측은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대응을 해왔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

그러니 정부보다도 기업들이 G2의 상황 전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형국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G2의 압박에 우리 정치권과 정부는 물론 민간까지 일치된 의견을 모아 국민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나 미국의 FTA 압박에 차분하게, 또 지혜롭게 정치·경제적 논리를 마련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사드 배치 등 상대방이 거부감을 가지는 행동에는 최대한 시간을 끌며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사드 배치를 서두르겠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은 자칫 중국 측의 심사만을 거스르는 어깃장이 될 수 있다. 고려 때 서희가 거란(요나라)과 송나라의 관계를 활용해 거란의 침략을 물리치고 강동 6주까지 얻어낸 외교를 다시 생각해낼 필요가 있다.

당시 서희는 철저히 실리에 바탕을 둔 줄다리기 외교를 펼쳐 고려의 뜻을 관철시킨 것은 물론 여진족의 땅이었던 강동6주까지 덤으로 얻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에 우리도 한반도 주변에 불고 있는 외교적 격랑을 지렛대로 삼아 우리의 목소리를 최대한 넓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

이를 위해선 감정싸움을 하거나 상대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삼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중국의 압박에 대해서는 미국의 힘을 빌리고 미국의 압박에 대해서는 중국을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이 시점에 칼보다 무서운 지략을 지녔던 서희의 외교전술이 떠오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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