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율조작국 지정 논란을 일으키는 와중에 독일 역시 대상국가에 포함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인 지난해 10월 미국 재무부는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일본 중국 독일 한국 대만 스위스를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독일만 자국 독자 통화가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의 통합화폐를 쓰고 있다. 스위스는 유로가 아닌 독자통화 스위스프랑을 쓰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독일의 경우, 이같은 비판을 듣는 것이 다소 황당한 일로 지적되고 있다.
독일은 독자통화가 아닌 유로를 쓰고 있어서 통화정책 뿐만 아니라 외환정책을 단독으로 펼칠 수 없다. 유로존의 최대 경제대국으로 유럽중앙은행(ECB)에서 가장 큰 발언권을 갖고는 있지만 지난해 내내 ECB와 독일은 통화정책기조를 두고 마찰을 벌였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양적완화를 확대하려고 할 때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쇼이블레 장관은 ECB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독일의 극우정당이 약진하는 결과까지 초래했다고 드라기 총재를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기 총재는 한 때 관심을 끌던 ‘헬리콥터 머니’를 꿈도 꾸기 어려웠다. 양적완화도 견제하는 쇼이블레 장관이 헬리콥터 머니를 좌시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ECB가 유로가치를 약화시키려는 것을 독일이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조작국이란 비판은 상당히 억울한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의 이광상 연구원이 작성한 4일자 금융브리프 국제금융이슈에 따르면, 독일에 대한 환율조작 비판에 앞장 선 사람은 피터 나바로 미국 국가무역위원장이다. 그는 독일이 유로화를 과도하게 절하해 유럽연합(EU) 여타 회원국과 미국의 국익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은 유로화 가치 결정에 개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ECB 독립성 유지를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고 반박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2015년말 제로금리에서 탈피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반면, ECB는 양적완화를 지속하고 있는 점이 유로의 달러대비 약세를 초래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연구원은 독일의 분데스방크는 ECB의 양적완화종료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을 뿐만 아니라 독일 의회는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ECB에 금리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역사적 경험에 비춰볼 때 미국달러 약세와 일자리 확대 사이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2001년 12월~2008년 4월 사이 달러의 실질실효환율지수는 24% 절하됐지만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오히려 210만개 줄었다고 그는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와 인프라 확대정책은 오히려 달러 강세를 초래하고 있고, 멕시코와의 갈등으로 페소화 가치를 추락시키는 것 또한 달러 강세요인이 되고 있다고 이 연구원은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조작 공세는 통상 등 측면에서 실익을 챙기기 위한 우회전략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