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번 프랑스 대선은 혁명적 결과 낳을 듯"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개방이냐, 폐쇄냐.' 올해 프랑스와 유럽연합(EU)의 운명을 바꿔줄 중요한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의 저명 경제 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는 6일 분석 기사에서 올해 치러질 프랑스 대선이 개방이냐 폐쇄냐를 놓고 경쟁을 치르면서 프랑스는 물론 유럽연합(EU)의 미래에 큰 변화를 몰고올 파괴력을 지닌 투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프랑스 대선은 정치 및 경제 침체가 계속되면서 기존의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의 틀을 넘어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58년에 제5 공화국이 출범한 이후 권력을 쥐어 왔던 사회당과 공화당이 오는 4월 23일에 치러질 1차 투표에서 탈락할 수 있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기존 정당 대표를 제외한 2명의 뚜렷한 색깔을 지닌 후보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카리스마 있는 국민전선의 당 대표인 마리 르펜과 작년에 창당한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전진당의 당 대표인 엠마누엘 마크롱의 부각이 돋보인다.

이 같은 기존 정당에 대한 반란 뒤엔 유권자들의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사회당 대통령인 현 프랑수아 올랑드는 인기가 너무 없어 재선에 도전할 수가 없다. 주요 야당인 중도우파의 공화당은 지난 1일 대표인 프랑수아 피용이 아내와 자녀들에게 위장 채용으로 100만 유로 가까이 되는 공금을 지급한 혐의로 공식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피용은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아직 사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은 크게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사실 프랑스 유권자들의 분노는 하루 이틀 새 형성된 것은 아니다. 작년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81%가 세상이 비관적이라고 응답했고 오직 3%의 응답자만이 개선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한 우울함의 대부분은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프랑스 경제는 장기간 부진을 계속하면서 청년 실업률은 25%에 달하고, 취업을 한 청년들 중 부모 세대가 누려왔던 것과 같은 정규직으로 채용된 인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높은 세금과 막대한 규제의 환경에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은 한참 전에 해외로 나갔다.

여기에 반복되고 있는 테러 공격이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프랑스 국민들은 상시 비상사태에서 살고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무슬림 집단이 거주하면서 문화적 분열도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 대다수가 수십 년 동안 쌓여왔지만, 보수 정당이든 진보 정당이든 어느 누구도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 프랑스에서 마지막으로 야심찬 경제개혁과 연금 및 사회보장 제도를 정비하려고 진지하게 시도한 것이 1990년대 중반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었는데, 그의 시도는 대규모 파업으로 실패했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야심찬 계획을 이야기했지만 그의 개혁 어젠다는 2007~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너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비참한 시작을 했고, 75%의 최고세율을 도입했다. 그 후 그는 지지율이 너무 낮아져서 거의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수십 년간 이어져온 침체 이후 프랑스 유권자들이 정치권의 물갈이를 바라고 있는 것은 그리 놀랍지가 않다는 분석이다.

엠마누엘 마크롱과 마리 르펜 모두 그러한 좌절감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프랑스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진단과 처방을 시도하고 있다.

르펜은 외부의 힘을 탓하며 장벽을 높이고 사회복지제도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유권자들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르펜은 세계화를 프랑스의 일자리에 대한 위협으로 매도하고, 이슬람 사람들을 테러 선동자들로 치부하고 있다. 그녀는 유럽연합이 '반민주적인 괴물'이라며, 이슬람 사원을 철저하게 폐쇄하고, 이민자의 유입을 줄이고, 해외무역을 차단하며, 프랑화를 부활시켜 유로를 프랑으로 교체하고,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마크롱의 주장은 르펜과는 정반대다. 그는 더욱 개방될수록 프랑스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확고하게 무역과 이민, 그리고 유럽연합을 지지하고 있다. 그는 문화적인 변화와 기술적인 혁신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프랑스의 고용을 늘리는 방법은 거추장스러운 노동보호를 늘리지 않고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스스로 세계화를 지지하는 혁명가라고 일컫고 있다.

하지만 두 혁명가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어젠다를 제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르펜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소속 정당이 국회에서 여당이 되지 않을 수가 있다. 마크롱은 정당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두 사람은 현상 유지의 거부를 상징한다. 마크롱이 당선된다면 이는 자유주의가 여전히 유럽 사람들의 마음을 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인 반면, 르펜이 당선된다면 프랑스 국민들은 더 가난해지고, 배타적이며, 폭력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르펜이 프랑스를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도록 만든다면 금융위기가 촉발될 것이며, 여러 결함에도 불구하고 60년 동안 유럽에서 평화와 번영을 이루게 해준 유럽연합이 불행한 결말을 맞게 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를 마음에 들어할 것이다. 르펜의 소속 정당이 러시아 은행으로부터 막대한 대출을 받은 것과 마크롱의 조직이 4000건 이상의 해킹 공격을 받은 것은 아마도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1차 투표까지 2개월이 조금 더 남은 가운데, 르펜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르펜이 1차 투표에서는 승리하지만 결선 투표에서는 패배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이번 대선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가 있다. 프랑스가 이전에 전 세계를 뒤흔들어 놓았듯이 이번에 또다시 전 세계를 발칵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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