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7.21선거 대승에도 외국자금 밀물로 엔저 주춤, 韓기업 안도

외국돈의 끊임없는 일본 사랑이 아베노믹스를 궁지에 빠뜨리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인플레이션 확대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외국돈들은 일본의 디플레이션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을 향해 물밀듯 들어와 일본의 엔저정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바람에 25일(미국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99엔대로 다시 낮아지는 등 엔화가치가 강보합세를 보이면서 한국 수출기업만 빙긋이 웃을 수 있게 됐다.
 
26일 일본 재무성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 지속으로 국채를 비롯한 자산가치가 급등하자 일본 내국인들은 보다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해외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 지난 14~20일 일주일 동안에만 일본 내국인은 5325억엔(53억달러상당)의 해외 증권을 매입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일본 당국에겐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일본 돈이 밖으로 빠져나가야 엔화가치도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같은 기간 외국인들이 일본에 돈을 더 많이 가지고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주식 3498억엔, 중장기채권 7903억엔, 단기채권 9141억엔 등 모두 2조542억엔어치의 일본 증권을 순매입했다.
 
이에따라 이 기간중 일본으로 순유입된 자금은 모두 1조5217억엔에 이른다. 그러니 엔저정책을 갈망하는 아베정부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외국돈들이 일본을 향해 러시를 이루면서 엔화 가치는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아베정부가 7.21선거에서 압승할 줄 알면서도 외국돈의 일본행은 지속됐던 것이다. 이는 아베가 선거에서 승리해 아베노믹스가 탄력을 받으면 일본에 있던 돈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고 그 경우 엔화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일본 수출 경쟁력을 강화시켜줄 것이라던 예상을 크게 빗나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밤 뉴욕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전날 달러당 100엔 수준에서 99엔 수준으로 낮아져 오히려 엔화가치 강세기조가 연출되면서 아베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 자금의 일본 유입이 더 늘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일본의 국채금리가 아주 낮아져 채권값이 크게 올랐는데도 많은 외국돈이 일본 자산을 매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아베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일본의 인플레이션압박이 크지 않을 것으로 여기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7.21선거에서 아베 정부가 대승을 거뒀는데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은 선거전이나 지금이나 99~100엔 부근에서 계속 머물고 있는 점은 일본내 자금이 좀처럼 해외로 나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따라 외국 돈이 일본 시장을 선호하는 한 미국이 양적완화를 추진할 경우 일본의 양적완화가 미국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여겨져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속을 태울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라면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덩달아 미국 국채값이 떨어지면 일본에서 남아도는 돈이 미국에 건너와 미국 채권을 사줌으로써 미국 시장을 안정시켜 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과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미국 통화당국의 일본에 대한 기대는 결국 헛물을 켜게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셈이다.
 
한편 외국돈의 일본 유입 급증으로 엔화가치 하락세가 멈칫거리면서 한국 수출기업들도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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