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올라가던 환율을 원화가 괴력을 발휘해 오후에 떨어뜨린 8일, 블룸버그는 그날의 외환시장과는 동떨어진 기사를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올해 가장 강한 통화인 원화가 중국의 경제보복 때문에 앞으로는 절하될 수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그에 대한 근거로 원화환율 옵션의 가격 변화를 들었다.(관련기사: 원화환율, 수면 아래 옵션 가격에서는 이미 '급등' 조짐이...)

원화환율이 급상승할 경우를 대비하는 옵션 가격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옵션 가격 상승은 그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것을 뜻한다.

옵션과 같은 금융상품의 가격변화는 시장의 속마음을 가장 잘 전달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한마디는 실제 판단보다 자신의 투자전략에 유리한 변화를 주기 위해 전략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가격 변화는 진짜 본심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매매의 결과물이다.

마치 블룸버그가 하루 전 예고를 한 것처럼, 9일 원화환율은 큰 폭으로 올랐다. 1달러당 1158.1 원에 마감됐다. 전날보다 12.6원(1.10%) 올랐다.

그러나 이날 상승세는 블룸버그의 예고와는 차이가 있다. 블룸버그가 예고한 내용은 원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서도 올해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날의 원화환율 상승은 원화만의 가치 절하가 아니라, 미국달러의 강세에 따른 것이다. 엔화 유로 파운드 등 대부분 주요 통화가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인 것이지, 원화만의 가치절하가 아니기 때문에 블룸버그의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다.

달러가 3월 들어 강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느닷없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도청 의혹 공세를 펴면서 과연 효과적 경제정책에 매진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자초했다.

Fed와 트럼프 대통령, 두 가지 요인 가운데 후자가 약화되자 원화는 Fed의 금리인상은 충분히 반영했다는 시장분위기로 7~8일 원화환율이 하락했었다.

하지만 미국 ADP의 2월 민간 고용지표가 예상 이상으로 호조를 보이자, 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이미 반영된 수준을 뛰어넘었다. 이것이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은 ADP 지표가 민간통계지만 이런 정도면 10일의 미국 노동부 2월 고용지표는 볼 것도 없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웬만큼 부진한 정도로는 Fed를 절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CME 그룹의 Fed왓처프로그램은 오는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Fed가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9일 오후 2시15분(한국시간) 현재 88.6%로 집계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엔화환율은 4시51분 현재 1달러당 114.52 엔으로 전날보다 0.15% 올랐다.

유로가치는 1유로당 1.0535 달러로 0.06% 내려갔고 파운드가치는 1.2156 달러로 0.1%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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