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도 향후 긴축 시사, 유로 강세 vs 달러 약세...그러나 엔화는 미 금리정책에 더 촉각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9일(미국시각) 뉴욕 외환시장의 움직임은 복잡 했다. 미국에서는 당장 하루 뒤에 이달 금리인상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2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 발표가 이뤄진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이슈다.

하지만 이날 유럽쪽에서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일이 발생했다. 바로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주요 금리 일체를 동결함과 동시에 “앞으로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낮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그러자 주요국 환율이 제각각으로 튀었다. 무엇보다 유럽중앙은행의 향후 긴축 시사는 유로존의 화폐인 유로화의 가치를 절상시켰다. 그러자 유로화의 핵심 상대 통화인 미국의 달러가치가 나흘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반면 일본의 엔화가치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진 것을 빌미삼아 또다시 약세를 나타냈다. 엔-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한 것이다.

뉴욕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미국 달러화가치 수준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101.88로 전일 대비 0.24% 하락했다. 4거래일 만의 하락이다. 최근 3거래일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확대에 힘입어 줄곧 오르던 달러가치가 이날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날 미국의 상황만 놓고 보면 달러가치가 추가로 절상될 요인은 있었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2월 수입물가가 전월 대비 0.2%나 올랐다고 전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전 전망치(0.1% 상승)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4.6%나 껑충 뛴 것이다. 이에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수입물가 상승 역시 미국의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날 달러가치는 더 이상 뛰지 못했다. 우선 지난 3거래일간 줄곧 오른 것이 부담이 됐다. 게다가 미국의 2월 비농법 부문 고용지표가 단 하루 뒤에 발표되는 점도 달러 투자자들을 망설이게 했다.

하지만 달러가치를 떨어뜨린 결정적인 요인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제공했다. 이날 유럽중앙은행은 모든 금리를 동결했다. 특히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향후 유럽중앙은행이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유럽의 경제가 크게 호전된데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가파르게 끌고 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의 추가 금리인하나 추가적인 돈풀기의 명분도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럽중앙은행도 향후 미국 연준과 통화정책에서 보조를 맞출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이날 당장 달러 대비 유로화가치가 반등했다. 이날 달러 대비 유로화가치 수준을 나타내는 달러-유로 환율이 1.0582달러로 상승했다. 이는 전날의 1.0546달러 보다 상당폭 오른 것이다. 달러 대비 유로화가치는 최근 연일 하락하다 이날 반등했다.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화도 동반 절상됐다.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 수준을 나타내는 달러-파운드 환율이 1.2177달러로 역시 전날의 1.2168달러 보다 상승했다. 달러 대비 파운드화가치 역시 전날까지 연일 하락하다 이날 살짝 반등했다.

그러나 이날 미국 달러가치 약세 전환에도 불구하고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또다시 절하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114.92엔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날의 114.32엔 보다 더욱 오른 것이다. 엔화환율은 전날에도 상승했었다. 엔-달러 환율은 최근 연일 치솟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절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유럽중앙은행의 결정 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더 주시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제 주요국 환율은 하루 뒤 발표될 미국의 2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2월 고용지표는 3월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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