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국정공백 속 경제위기 심화...이젠 서로가 뭉쳐야 할 때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우리 헌정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대통령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원칙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본다.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도 간단한 원칙이 우리 대통령에게 적용되기까지에는 그동안 큰 아픔과 상처가 있었고 지난한 세월이 흘러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국민의 성숙된 민주 의식을 바탕으로 대다수의 지지를 받아 권력의 근본은 국민에서 나온다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 통치철학을 위정자들에게 확실히 선보이는 기회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세력은 아직도 이에 승복하지 않고 국민 분열을 획책하거나 폭력적인 언사를 일삼고 있어 걱정이 크다.

지금 우리 정치와 안보, 경제는 거의 반년에 가까운 국정 공백이 이어지면서 혼돈의 와중에 있다. 지극히 분열된 목소리가 곳곳에서 분출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북핵을 두고 이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주변 4강은 이해관계에 따라 구한말 시대와 비슷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팽배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압박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듯한 힘든 국면을 지나고 있다. 성장동력이 사라져 박근혜 정권이 내세웠던 4% 성장은 고사하고 2%대 성장마저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져 청년실업률이 높아지고,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며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그나마 경제회복을 위해 부동산 완화 정책을 펴온 탓에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최근 반도체와 화학을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그나마 부동산이 빠진 경제를 지탱해주고 있지만 이마저도 선진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로 인해 언제 꺼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살얼음판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돼 탄핵 반대로 초래될 수 있었던 '블랙스완'은 사라졌지만 앞으로 다가올 대선 국면과 미국의 금리 인상은 또 하나의 강력한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는 태풍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치 앞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다.

즉 대선 국면이라는 불확실한 상황은 이미 찢겨진 국론을 다시 한번 흔들어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주변 4강의 압박과 회유도 거세져 갈등의 골이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보호무역 강화와 통상마찰 격랑 속에 연이은 미국 금리인상은 우리 경제의 대응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하루빨리 탄핵국면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벗어날 당위성이 있다. 신속하게 일상으로 돌아가 위기극복에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는 소리다. 서로 상대방을 자극하는 불필요한 언행을 삼가하고 오히려 아픈 상처를 보듬어주고 역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손을 맞잡을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귀감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탄핵 반대를 외치며 목소리를 높여 왔던 '태극기 부대'는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더 이상의 소모적이고 폭력적인 탄핵 불복종 운동은 그들이 원하는 안정되고 부강한 국가로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촛불모임도 마찬가지다. 이제 광장의 모임에서 모아진 국민여론과 촛불민심은 선거와 국회를 통해 분출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촛불모임은 지난 11일 집회를 끝으로 정기적인 행사는 마감하기로 했다니 정말 다행이다. 이제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통해 모아진 국민의 목소리는 우리 정치와 경제가 한 단계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태극기 모임으로 분출된 또 하나의 여론은 적절한 화해의 촉매를 통해 통합의 시간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광장에 촛불과 태극기가 사라지고 평화로운 봄날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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