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 여성파워들 경제민주화로 입지 흔들...해외 시장서 살길 찾아

광고업계에도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여파가 미치면서 이 분야에 참여한 재벌가 딸들의 입지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삼성계열 제일기획과 현대차 계열 이노션월드와이드의 ‘실세‘인 이서현 부사장과 정성이 고문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 부사장은 제일모직 부사장을 겸하면서 무대 전면에 나서 글로벌 전략을 이끌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고문은 외부로 잘 나타나지는 않지만 주요 사안에는 오너답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계열사가 내부거래 규제 방침에도 이 부사장은 전문경영인인 만큼 자유스러운 입장이다. 그러나 정 고문은 이노션 지분 40%를 소유한 대주주여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은 계열 종합광고회사인 대홍기획 주주다. 신 이사장의 지분은 6.24%로 오너가에서는 유일하게 지분을 갖고 있다.

대홍기획의 지난해 매출은 2899억원으로 광고업계 8위다. 최근 롯데그룹은 내부거래를 축소하고 일감나누기에 나선다고 밝혔다. 외부에 개방하는 금액은 광고분야 400억원, SI500억원 등 연간 3500억원이다. 계열사 광고수주가 어려워지면 실적유지가 힘든 처지다.

신 이사장이 3.51% 지분을 소유하고 등기임원으로 일해 온 롯데정보통신도 계열사 지원이 줄어들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그래서 신 이사장의 그룹내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앞서 현대차그룹도 올해 광고발주예상 금액의 l6.5%인 1200억원 등 6000억원 규모의 발주 물량을 중소기업 등에 개방키로했다.

내부거래 규제로 국내 수주 일감이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됨에 따라 해외물량 확보를 위해 뛰어야할 처지다.

그렇지않아도 이노션과 제일기획은 이미 국제광고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여러부문에서 수상해 글로벌 광고기업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제일기획은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2013 칸 광고제에서 이노베이션 부문 그랑프리를 포함, 20개 본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칸에서 세웠던 역대 최다수상기록(12개)을 1년만에 갱신했다. 제일기획의 이 같은 성과는 2009년 이 부사장의 부임 이후 추진한 해외 시장 공략이 성공하면서 나타난 결과물로 평가된다.

이 부사장은 한달에 절반은 해외로 나가 주요사업을 직접 챙긴다. 삼성계열사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광고주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 최대 철도회사 도이치반 등 60여개의 현지 광고주를 영입했으며 올해에도 사우디 국영정유사 ‘아람코’와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 모바일’ 등을 광고주로 끌어들이는 등 신규개발을 확대했다. 해외 32개국에 37개 법인이 설립돼 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국내 광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렀다"며 "서로 간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이 부사장은 2009년 부임하자마자 해외 사업 강화를 주문했고 그 결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유명광고업체인 미국의 맥키니와 중국 브라보 아시아를 인수하면서 해외광고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노션은 올해 칸 광고제에서 1개 수상에 그쳤지만 다른 해외광고제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이노션은 지난 6월 미국 광고협회가 주관하는 애디어워즈에서 현대자동차 광고로 4개 부문에서 은상을 받았다. 또 뉴욕 페스티벌에서 현대자동차 광고로 미국 법인이 동상을 수상했다.

이에 앞서 이노션 인도법인은 지난 4월 있었던 인도 고아페스트에서 현지 생활용품 업체 페나의 손 세정제 광고로 은상을 받았다. 현지 광고주를 유치해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수상의 의미가 작지 않다.

이노션은 2011년 인도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6개국가에 15개 법인과 5개 사무소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성과는 정성이 고문의 해외 시장 개척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이노션은 2011년 인도 법인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6개 국가에 15개 법인과 5개 사무소를 설립했다.

정 고문은 대학 졸업 후 22살 때 선두훈 대전 선병원 이사장과 결혼했다. 전업주부로 지내오던 정 고문은 지난 2003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이사직을 맡으면서 경영에 발을 내디뎠다.

20년만인 2005년 막 출범한 현대차그룹의 광고대행사 이노션의 지분 40%를 보유하면서 고문직을 맡았다. 처음엔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점차 활동 폭을 넓히면서 최근에는 현대차 그룹 내외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현대기아차의 광고를 사실상 독점하면서 탄탄대로를 걸어왔으나 이제는 스스로의 실력만으로 광고주를 확보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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