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기간이 남았지만, 탄핵 확정 후 주가-원화가치 상승하는 시기를 잘 살려야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파면 확정된 직후다.

유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그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그는 아직 현직에 남아 책임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책임도 다 하기 전에 ‘실패했다’는 말을 입에 담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개인적 입장을 떠나 객관적으로, 유 부총리가 과연 박근혜 경제에 대해 총대를 멜만한 위치에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가 비록 박 전 대통령에 임명된 경제부총리지만, 자기 나름 정책을 펼칠 여지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부임했다.

그의 전임자는 친박 핵심으로 ‘빚내서 집사라’ 정책으로 지탄을 받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다. 부총리가 끝나자마자 총선에 출마해서는 ‘진박감별사’를 자처하고 돌아다녔다. 국가의 경제정책을 선거 전략용으로 활용한 것은 아닌지도 의구심을 사고 있다. 실제로 그는 이런 비판을 초래할 언동을 한 적도 있다.

최 의원이 경제부총리로 있는 동안 그와 대학 동문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수 차례 금리를 인하해 빚내서 집살 것을 부추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은 2014년 3.3%에서 2015년 2.6%로 오히려 낮아졌다.

2.6% 성장도 내용에 따라서는 값진 것일 수 있다. 구조조정을 확실히 한 2.6%라면, 이는 바닥을 확인한 것으로 오히려 향후의 높은 성장을 약속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경환 시절 경제는 미래를 위한 구조조정과 전혀 거리가 멀다. 오히려 미래의 성장률을 끌어당겨 썼다는 비판까지 사고 있다. 가계부채는 이명박 정부 때보다도 더 늘었고, 그 내용도 사업자금과 같은 미래형이 아니라 생계를 위한 대출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서민들이 생계자금을 위해 최후의 보루 보험을 해지하는 경향도 크게 늘었다.

판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최 의원이 훌쩍 선거판으로 뛰어든 마당에 유일호 부총리가 후임이 됐다.

상황으로 보나, 유 부총리 개인의 성향으로 보나, 소신껏 자신의 경제철학을 펼치기 보다는 헝클어진 판을 뒷수습하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당시 국정은 최순실 일파의 전횡에 끌려 다니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호 부총리가 성장률을 못 올렸다고 탓할 사람은 없다.

그가 한 때 모신 대통령과의 의리를 생각해 발언하는 것을 굳이 흉볼 일도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지나간 시절이 아니다.

뜻밖에도 지금 유일호 부총리는 본인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이 확정된 후 코스피는 큰 폭으로 오르고, 구매력이란 관점에서 국력의 한 척도로 볼 수 있는 원화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사실 원화가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당한 지난해 12월부터 크게 오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크게 축소됐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 유일호 부총리에게는 불과 60일의 기간이 남아있지만, 어쩌면 역대 부총리들도 좀체 누려보기 힘들었던 좋은 시절이 그에게 찾아온 것일 수도 있다.

대행정부에서 거창한 정책을 새로이 추진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다음 부총리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탁월한 수습기간을 남겨줄 수는 있다.

다행인 것은, 금융시장에서 그의 발언이 상당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급등하고 급락하던 환율이 유일호 부총리의 한마디로 진정되는 일이 최근 몇 차례 있었다. 정책 수행에 매우 좋은 신호다.

유일호 부총리는 당적을 지닌 사람으로 경제부총리가 됐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그가 그다지 정치색이 강한 사람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마무리한다면 더 많은 일을 할 기회는 계속 찾아올 수 있다.

남은 60일을 60개월로 여겨 오늘 새롭게 취임했다는 각오를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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