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쌍용차 사태 되돌아 봐야...그리고 도시바 사례도 참고해야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 컨소시엄에 매각될 처지에 놓이면서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가 불거지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중국 타이어 기업인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상태로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더블스타의 제안가보다 1원이라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금호타이어 경영권은 중국 측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개인 자격으로 이를 인수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요구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라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개인 자격으로 1조 원이 넘는 돈을 마련할 수 있으면 인수하고 아니면 포기하라는 것은 공정한 경쟁의 룰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박 회장 측은 더블스타와 마찬가지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산업은행 측에 전달한 상태로 산업은행 역시 채권단과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권단은 75% 이상이 동의를 하면 기존 매각룰을 변경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런 요구가 관철되지 못해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이 중국 측에 넘어가는 경우 그 후폭풍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인수된 쌍용차 사태가 생각나서다. 당시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인수한 후 뛰어난 자동차(SUV) 생산기술만 빼가고 한국엔 투자와 고용창출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조기에 철수해 먹퇴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금호타이어 공장이 위치한 지역 경제단체와 정치권도 이를 의식해 더블스타에 매각하려는 채권단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광주경총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금호타이어를 중국 자본에 매각할 경우 제2의 쌍용사태가 재발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먹튀 자본'에 의한 국내 첨단기술 유출과 구조조정 후폭풍이라는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경총은 이어 "금호타이어는 우리 군의 전투기와 군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방산업체인데 이 같은 기업을 중국 자본에 통째로 매각한다는 것은 국가 안보를 스스로 포기하는 심각한 문제"라고도 비판했다.

사실 이런 우려는 하루이틀 새 제기된 것은 아니다. 국내외 경제 분석기관은 금호타이어가 중국 업체에 인수될 경우 국내 타이어 업계에도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지적을 꾸준히 해온 바 있다.

한 글로벌 금융기관은 분석 자료에서 “만일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이 회사 중국 생산규모는 120% 늘 것으로 예상되며, 양적 성장에 따른 규모의 경제와 금호타이어의 유통채널 및 브랜드 활용, 원자재 공급업체에 대한 협상력 강화, 그리고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은 입지 강화에 따라 존재감이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에 잠재적으로 엄청난 위협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이들 기업의 해외 시장 점유율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더욱이 최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국내 기업 및 경제에 대대적인 보복 조치를 강행하고 있는 중국에 국내 핵심 자산을 아무런 고민 없이 유출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중국은 막무가내 식으로 우리 기업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며 여러 불이익을 주는 상황에서 인수 금액의 크기만 평가한 단순한 경제 논리에 치우쳐 중국 기업에 우수한 기술을 가진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 옳은 처사냐 하는 의문이다.

따라서 금호타이어를 국내 자본이 인수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상의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주주협의회가 우선매수청구권자인 금호아시아그룹이 중국 더블스타와 동등한 조건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호타이어 매각은 경제논리보다는 국익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국가 기반산업 육성과 방산업체 보호를 위한 전략적 관점에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요구들이 나오는 것은 금호타이어와 같은 굴지의 기업을 외국자본에 매각해 국부 유출 논란을 불러오거나 국내 기업에 타격을 줘서는 안된다는 걱정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산은 관계자 역시 "최근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싸고 잡음이 커지고 있어 채권단이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며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허용 여부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어 좋은 해결책 마련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부문 매각을 두고 중국 기업에는 경영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움직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도시바는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인 NAND(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계속 저장)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해외, 특히 중국에 반도체 경영권을 넘기는 문제에 반론이 제기되면서 일본 정부 및 산업계 차원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남의 일로만 넘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아울러 국내 인수 희망자들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경제논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그에 합당한 대응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채권단이 왜 중국업체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는지에 대해선 엄중한 반성도 빼놓아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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