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치 불안, 중국 부채, 미국의 과격한 금리인상이 변수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여러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10년 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경제 회복의 새싹이 트면서 회복세로 나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의 저명 경제 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는 20일자 분석 기사에서 지난해 연말 이후 오랜만에 침체국면을 벗어나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동시에 성장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해 주목된다.

실제로 지난 6개월 동안 경제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들이 많아지면서 이런 관측에 힘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 징표는 아시아의 수출 지향 국가들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지만, 유럽과 미국, 그리고 심지어는 러시아나 브라질과 같이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은 이머징 국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요약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제조업의 경우 미국, 유로존, 아시아 지역의 구매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장들이 훨씬 더 분주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한국과 같은 글로벌 무역 중심지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전 세계 반도체 수요 증가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 2월에 대만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고 한국의 수출은 20% 늘었다. 위안화를 기준으로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중국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이는 소비제품이 2~3년의 수명 주기를 다 하면서 아시아의 타이트한 공급사슬로 하여금 재고 비축을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업의 기계 및 장비투자 역시 증가하고 있다. 투자은행인 제이피모건체이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장비투자가 2016년 4분기에 연환산 5.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징후는 제조업 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에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이 23만5000명 증가하며 최근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서비스업, 제조업, 건설업을 비롯해 소비자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경제심리지수(ESI)는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중앙은행은 견고한 4분기를 보낸 후 이번 회계연도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1%에서 1.4%로 상향 조정했다.

철광석 가격은 3월에 19% 상승했다. 중국의 철강 생산 감소가 글로벌 철강 가격의 회복을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고비용의 철강회사들이 문을 닫고, 건설 지출이 늘어나면서 철강 가격이 급등했다.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내외로 올라섰다.

이에 전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들을 실시했던 중앙은행들은 매우 안도했다. 지난 9일 마리오 드라기 ECB(유럽중앙은행) 총재는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대체로 사라졌다”며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드라기 총재가 안도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면 유럽 경제 동력을 다시 약화시킬 것이지만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 상승하면 도움이 되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전 세계적인 수준에서 생산자 물가가 소폭 상승하며 이익이 증가하고 있는데, 많은 제조업체들의 생산비용이 대체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익이 증가할수록 기업의 부채 부담이 줄어들게 되고, 자본지출을 위한 잉여현금 또한 증가하게 되는데, 잉여현금이 증가하게 되면 기업의 수요가 추가로 발생하며 선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1) 경제 회복세는 지속될까

회복의 조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조짐이 신뢰를 받으며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까. 지난 10년 동안 몇 번의 글로벌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제기됐지만 얼마 안 가 모두 흐지부지됐었다. 2010년에 선진국이 극심한 부진에서 회복되었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회복세가 꺼졌다. 또 유럽이 2013년 중순에 경기침체에서 조심스럽게 벗어나자마자 미국 연준으로부터 채권매입 프로그램이 조만간 축소될 것이라는 암시가 있었고, 이로 인해 이머징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우르르 빠져나왔다.

하지만 이번엔 이머징 국가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경제 조정단계가 끝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신흥국들의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들면서 대부분 국가들이 차관에 덜 의존하고 있다. 이머징 국가들의 통화는 훨씬 더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금리가 높기 때문에 수요를 진작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할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기업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등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유럽, 미국에 이르기까지 경제 개선의 기미가 나타나면서 회복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자신감이 더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2개의 거대 이머징 국가인 러시아와 브라질의 극심한 경기침체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두 국가의 인플레이션은 하락하고 있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회복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2년 전에 최고치인 16.9%에서 2월에 4.6%로 하락했다. 기준금리를 2015년 1월에 17%에서 현재 10%로 인하한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3분기 GDP 성장률이 아마도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하는데 추가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브라질 경제는 2016년 말에 다시 수축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4.5% 쪽으로 하락한 가운데,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10월 이후로 기준금리를 12.25%로 2%포인트 인하했다. 추가로 또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페소의 가치가 하락한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라틴아메리카의 다른 원자재 생산국들 또한 통화완화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2) 경제 회복이 느긋하게 퍼져 나가고 있다?

이것은 경제 전문가들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에 대한 리스크는 어떠한가. 한 가지 리스크는 더욱 타이트해진 원자재 시장이 물가를 상승시킴으로써 선진국의 소비지출을 저해할 가능성이다. 하지만 식품과 에너지 가격과 같은 변동적인 것들을 제외한 인플레이션(근원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들은 여전히 낮게 유지되고 있다.

선진국 어디에서도 근원 인플레이션이 중앙 은행들의 목표치이자 “정상적인” 경기회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수준인 2%에 도달한 곳은 없다. 미국이 2%에 가장 근접하고 있다. 미국 연준(Fed)이 선호하는 지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1.9%로 보고 있고, 근원 인플레이션을 1.7%로 보고 있다. 유럽의 경우, 근원 인플레이션은 1%를 하회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작년에 임금 상승률은 1.3% 정도를 기록했다.

문제는 노동자들의 생산성 증가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될 것이냐 여부다. 많은 나라에서 고용이 증가할 여지가 있지만 미국, 일본, 독일, 그리고 영국의 노동시장은 이미 꽤나 타이트한 상태다.

미국이 완전고용상태에 근접한 가운데 임금 상승률은 2.8%로 상승했는데, 이는 생산성 증가율이 1% 정도로 유지되는 경우 2%의 근원 인플레이션과 일치한다. 만약 생산성이 개선된다면, 임금은 더 많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 영향을 준 생산성 증가율의 하락이 끝났다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노동 시간당 생산량은 2016년 4분기까지 1.3% 증가했다. 미국 경제가 트럼프가 약속한 4%의 GDP 성장률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에 믿기 힘든 변화가 일어나야 할 것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잠재적인 규제완화가 생산성을 다소 개선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생산성에 큰 변화를 주지는 못할 것이다.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선진국의 금리는 2007년 전에 정상적이라고 여겨졌었던 수준을 계속해서 크게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글로벌 경제의 회복을 끌어내릴지도 모르는 것들 역시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다.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부채 더미가 여전히 시장을 고꾸라지게 만들 수 있다. 유럽의 여러 선거에서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승리를 하게 된다면, 유로의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승리를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유럽중앙은행(ECB)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이 끝나게 된다면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유로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연준은 매우 빠르게 긴축통화정책을 실시할지도 모르며, 이로 인해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고, 회복되고 있는 이머징 시장에서 자본이 빠져나가며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지도 모른다. 혹은 트럼프는 불공정 무역의 책임이 있다고 여기는 국가들에 수입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대선 기간에 반복했던 협박을 실행할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전 세계 주요 경제블록들이 마침내 세계화로부터 벗어나는 대담한 조치들을 취할지도 모른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리스크들은 새롭거나 놀랍지가 않다.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이러한 리스크들을 어떡하든 극복해 나간다면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경제 회복의 열매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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