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혈세 투입 규명 시급...차기 정부에 감사자료 넘겨 활용토록 해야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16년 전 쯤의 일로 기억된다. 2000년대 초로 기억된다. 한국이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전히 몸부림치던 시기다. 필자가 A신문사에서 B신문사 데스크로 옮겨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기다.

어느 날 오후 산업은행 홍보실장이 필자에게 황급히 찾아왔다. 그는 대뜸 “나 좀 살려달라”고 했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당시 기획재정부 출입기자가 쓴 기사 좀 빼달라고 했다. 빼주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했다. 정부가 산업은행에 수조원을 출자하기로 돼 있는데 당시 필자가 근무하던 B신문사에서 이를 지적한 기사를 쓴 게 산업은행을 비상 국면으로 몰아갔다. 당시 기획재정부 측이 산업은행에 전화를 걸어 언론에서 부정적인 기사가 쏟아지면 산업은행에 대한 출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하자 산업은행 측 인사가 필자를 화급히 찾아온 것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기사는 필자가 빼줄 수 없는 처지였다. 필자의 소관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홍보실장은 필자한테 매달렸다. 친분관계 때문이었던 듯하다. 산업은행 처지를 봐서라도 단 한 번만 자신들을 봐 달라는 것이었다. 산업은행의 운명이 걸린 문제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 일은 그 후 두고두고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적어도 필자에겐 그렇다. 더욱이 산업은행이 관련된 일에 혈세가 투입되는 일이 그 뒤에도 근절되지 않아 더욱 가슴 아프다.

대우조선해양 문제만 해도 그렇다. 주요 언론은 수년 전부터 조선·해운업을 비롯해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초이스경제도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한국의 경제가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음을 수년간 종종 강조해 왔다.

하루는 필자가 하도 화가 나서 옛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 인사에게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임종룡 위원장을 비롯한 금융위원회 인사들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아주 잘 알텐데 왜 국민의 기대만큼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물었다. 그랬더니, 옛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는 “아마도 금융위원회 혼자의 힘만으로는 어려움이 많을 수도 있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그건 그렇고, 최근 우리 정부와 산업은행이 부실 산업 및 부실 기업 구조조정을 제때 제대로 하지 못해 계속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제때 구조조정을 못한 한진해운이 어처구니없게 거센 파도에 휩쓸려 내려갔고 대우조선해양은 이제 혈세 먹는 하마가 돼버렸다.

가뜩이나 경제도 나빠 국민들의 허리가 휘는 판인데 세금 축내는 일만 자꾸 생겨 가슴이 아프다.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책임은 일차로 대우조선 자신과 산업은행에 있다고 본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주주다. 다음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관련 당국도 책임이 있다. 너무 덩치가 큰 구조조정 대상이어서 당국이 지원해야 본격 구조조정이 가능한 대상이다.

그렇기에 대우조선은 물론이고 산업은행이 원망스럽다. 금융 감독당국과 주요 해당부처 당국자들도 원망스럽다. 그들의 뒷북치기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2015년에도 대우조선해양에 수조원을 투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는 혈세를 투입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 또 투입키로 했다. 그럼에도 걱정은 끝나지 않고 있다. 특히 AP통신은 “이번 산업은행 등을 통한 대우조선에 대한 혈세 지원은 대우조선에 생명줄이 될지, 아니면 연명에 불과한 조치가 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또다시 혈세를 투입했건만 미래는 여전히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당 정부 당국자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은 “대우조선해양에 특단의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59조 원의 손실이 발생해 국가 경제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고 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그럼 이토록 어처구니 없는 위험 요인이 이렇듯 크게 부각될 때 까지 대우조선은 뭘 했고 정부와 산업은행은 뭘 했단 말인가. 국가 경제가 이처럼 위태로운 지경에 처할 때 까지 산업은행과 정부는 뭘 했단 말인가. 2015년 혈세 투입 후 대우조선의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 지속적으로 관리의 수준을 강화하는 등 합당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하는 것 아닌가. 참으로 한심한 기업이요, 한심한 산업은행이다. 그리고 참으로 한심한 정부다. 이들은 국민을 괴롭히는 당국임이 틀림없다.

차기 정부에게 당부하노니 5월 9일 새 대통령이 뽑히면 해당 당국자들과 산업은행 관계자 및 산업은행 회장에 대한 책임규명부터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차기 대통령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청와대 경제수석,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산업은행 회장 만큼은 제발 국가 경제를 제대로 다스릴 능력자로 앉혀 줄 것을 주문한다. 그래야 이번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차기 정부는 산업은행 행장자리에 반드시 관계사 구조조정도 잘하고 매사 책임감 있게 일을 처리 할 줄 아는 인사를 앉혀 줄 것을 신신 당부한다.

이제 국민 세금을 더 이상 축내지 않을 인물들을 요직에 앉혀야 한다. 제발 나라 경제를 책임질 주요 요직만이라도 무능한 사람이 아닌, 능력있는 인사를 앉히기 위해 제대로 된 '탕평 인사' 좀 해 줬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그리고 감사원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산업은행을 비롯한 관계 당국을 특별감사해야 한다. 국민 세금을 축낸 일을 규명해야 한다. 또한 제대로 된 감사자료를 차기 정부에 넘겨 새로운 경제 정책 및 인사 참고자료로 활용토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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