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삼성 · 현대중공업엔 긍정평가...그러나 대우조선엔 부정 견해 여전"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2~3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담당자가 필자를 찾아왔다. 그런데 그가 한 말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비록 지금 조선업종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고 조선 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지만 현대중공업 만큼은 긍정적으로 보인다”는 게 그의 시각이었다.

“왜냐”고 물었더니 “다른 조선사보다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이 가장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2011년 이후 조선의 주요 발주처인 유로존의 경제 사정이 악화되고 중국 등의 추격으로 한국의 조선산업이 일대 위기를 맞고 있지만 현대중공업은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게 당시 우리은행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그나마 버텨주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우조선해양이 2015년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혈세 투입을 기다리는 상황과는 현대중공업 및 삼성중공업의 처지는 사뭇 달라 보인다.

실제로 지난 24일 글로벌 투자기관 중 하나인 노무라는 “대우조선해양의 사업이 정상화될 때까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LNG선과 같은 대형 선박 및 해양 구조물 수주에서 더 유리할 것”이라며 “정부가 조선업을 ‘빅3’에서 ‘빅2’ 체제로 개편할 경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더 긍정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노무라는 지난 16일에도 현대중공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15일 대규모 기업설명회를 개최하고 회사 분할 계획과 장기 비전 등을 제시하자 노무라는 곧바로 “현대중공업은 기업설명회에서 분할계획과 분할비율, 분할의 영향, 2021년까지의 장기비전, 조선·해양 산업전망을 밝혔는데 기업분할의 주된 이유로 ▲부채 재분배 ▲지주사 구조로의 전환 ▲개별 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을 꼽았다”고 전했다.

노무라는 이어 “이번 기업분할로 대차대조표 개선, 순환출자구조 탈피,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해소 등이 기대되지만 주요 조선·해양 사업의 모멘텀 회복 조짐을 지켜보며 더 나은 진입시점을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가 하면 같은 날 다른 투자기관인 다이와는 “현대중공업 경영진들이 제시한 장기 사업전략 예상을 보면 현대중공업은 선박·해외·엔진 사업 등 세 부문으로 구성되며 하반기부터는 신규 수주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외국계 투자기관들이 현대중공업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접지 않으면서도 현대중공업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선 어떠한가. AP통신은 최근 “대우조선에 혈세를 투입키로 한 것이 생명줄이 될지, 아니면 연명의 수단에 불과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며 여전히 불안한 전망을 내놓았다.

또한 CLSA는 27일 “대우조선해양의 실패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은행업종의 대손비용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외국계 기관들은 왜 이렇듯 '현대중공업 및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리는 것일까.

현대중공업처럼 수년 전부터 꾸준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온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간 엄중한 차이가 존재함을 언급하는 것일 수도 있어 주목된다.

현대중공업 등 민간 기업들이 이토록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동안 대우조선해양의 생존 방안을 모색해야 했던 대우조선 경영진과 산업은행, 그리고 위험산업 구조조정을 지원해야 할 정부 당국은 도대체 뭘 했는지 묻고 싶다.

국가 경제를 위해 대우조선해양도 살려야 하겠지만 그간의 오판이나 안이함으로 혈세를 자꾸 까먹는 세력들이 있다면 그들은 그 책임도 엄중함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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