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오른쪽)이 경제부총리이던 지난 2016년 한 행사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건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요즘 금융시장에서는 ‘비둘기파’로 불릴 때가 많다. 최근 수년간 금리인하를 뒷받침하는 발언을 많이 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오랜 세월 연구 활동에 매진해 온 경제학자다. 오랜 연구경력을 갖고 정책부문에 들어와 내리는 결정을 비둘기나 매로 일방적 단정할 수는 없다.

KDI 연구원 시절, 그는 금리인하 주장만 선호하는 관료출신 원장으로 인해 적잖은 스트레스를 토로한 적도 있는 사람이다. 최근 몇 년의 일만 가지고 조 위원을 비둘기파로 단정하기에는 그의 학자로서 경력이 너무나 크다.

조동철 위원은 29일 한은 기자단 간담회에서 ‘중립금리’라는 재미있는 설명을 했다. 한은을 상주 취재하는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에 따르는 금리 수준을 중립금리라고 설명하고 이는 특정 숫자를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발언 요지는, 잠재성장률이 내려가고 그에 따라 중립금리가 내려가는 것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반영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는 것이다. 한은이 인위적으로 금리를 내려 시장금리 하락을 유도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민소득 100달러, 1000 달러, 1만 달러를 거치는 성장과정에서 회사채 금리가 15% 안팎을 유지하던 시절과, 소득 2만 달러에서 정체된 지금의 성장단계가 같을 수는 없다. 한국 경제는 현재 성장 동력을 새로 찾기도 힘든데 부실기업 문제까지 겹쳐 있다. 금리가 자꾸자꾸 낮아져 예전에는 따지지도 않던 소수점 아래 셋째자리까지 집계하고 있다.

조동철 위원의 ‘중립금리 강연’은 이런 현상을 요점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한국의 통화정책이 이런 탁월한 설명을 갖다 붙일만한 자격을 갖고 있는 것인지, 이 또한 자괴감이 드는 일은 아닐지 모르겠다.

금융에 조금만 식견이 있는 국민이면, 누구나 지난 3년간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가 퇴임한 후 통화정책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다 알고 있는 형편이다.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을 들고 나온 경제부총리와 동문수학한 중앙은행 총재가 후임으로 부임했다. 이 점이 그렇게 고무적이었는지 부총리는 “척하면 통한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후 다섯 번 금리를 내릴 때마다 직전에는 이와 반대되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런 발언이 나올 때마다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의 반박성 발언이 뒤따랐다. 그리고는 금리인하가 이어졌다. 중앙은행 총재는 일개 부처장관들처럼 서별관회의라는 곳에도 불려다녔다.

최 부총리는 중앙은행과 정부 사이 차단벽을 마구 무너뜨리는 무리한 정책을 폈다는 지적을 받고 있음에도 그는 퇴임 후 자신의 경제정책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보인다. 지난해 퇴임 직후 총선에 출마하면서는 ‘진박감별사’를 자처했고, 지금도 역시 ‘친박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통화정책이 이뤄지는 나라에서, 출중한 학식을 갖춘 금통위원의 수준급 분석 설명은 유치원생들의 닭싸움을 메이저리그 해설진이 와서 중계하는 꼴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서 많은 한은 고위급 인사들이 이런저런 발언을 금융시장에 전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긴 하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이런 주요인사들의 육성보다도 더 권위를 인정받는 발언이 있다. 바로 한은의 각종 경제통계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16년 자금순환 동향에서는 가계의 순자금 규모가 2012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에 한국은행이 편승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앞선 정권에서도 통화정책을 뒤흔드는 경향이 있었지만 전임 총재의 뚝심이 상당한 방패막이 역할을 했었다. 그런 방패막이 사라진 후 벌어진 일들의 결과는 앞으로도 수년 동안 여러 가지 경제지표를 통해 그대로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그걸 바로 잡을 연구는 하고 있는지, 그저 과거지사를 해명하는데만 더 몰두하고 있는지 그 또한 궁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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