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제 주체가 힘 모아야...위기 요인엔 치밀한 대처 필요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노벨상 시인 TS 엘리엇은 4월을 잔인한 달로 묘사했다. 죽은 땅에서 꽃이 피는 소생의 계절에 붙는 수사로서는 아이러니하지만 세상사가 그만큼 순탄하게만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의미일 게다.

특히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쳐 나던 서울 명동거리를 걷다 보면 이 말이 어느 정도 실감이 간다. 사람들로 북적거릴 서울의 중심거리에 살가운 바람보다는 휑한 봄바람만 불어서 그곳 상인들은 잔인한 4월로 느껴질 듯하다. 서울의 명동거리가 이런 정도니 다른 곳은 경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올해 한국 경제는 4월 위기설이 지난 연말부터 거론돼 왔다.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데다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에 따른 환율조작국 발표가 있고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만기 도래에 따른 경영 악화 우려 등이 작용하면서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제시돼왔다.

특히 지난해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경제의 난맥상은 그보다 덩치가 크고 고용규모도 많은 대우조선이 갑작스레 잘못될 경우 초래될 파장은 한국 경제로서는 감내하기 힘들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함깨했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번에도 불길한 징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4월이 비교적 평온하게 시작된 점은 다행이다.

우선 지난 1일 발표된 수출 회복세는 고무적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선 수출경기는 올해 들어선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며 기업 실적 회복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위기론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7%나 증가해 4월 위기설을 잠재우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2월에 생산과 투자가 줄었지만 소비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소식도 긍정적이다. 여기에 예상을 뒤엎고 원화가치 상승 속에 기업들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뒤따르면서 코스피는 회복세에 몸을 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경제 위기 가능성에 손을 놓고 한껏 봄을 맞을 채비를 서두를 때만도 아닌 듯하다. 그러다 보면 예측 불가능한 작은 불씨가 단초가 돼 정말 잔인한 4월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5월 9일 선거를 앞두고 대선정국은 앞길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얼마든 초래할 수 있다. 포퓰리즘이 난무하고 대립이 심화되면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연출되고 투자와 소비 역시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여기에 대우조선 사태는 어떻게 불길을 잡아야 할지 의견이 분분한 상태로 지금도 확실한 처방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중국의 사드 보복은 현재 진행형으로 언제까지 지속되고 강도가 얼마나 커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북한 정권은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맞아 6차 핵실험 등 한반도 위기를 증폭시킬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오는 6일엔 G2의 정상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역사적 만남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환율조작국 포함 여부 발표 및 EU(유럽연합)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프랑스 대선이 이달 중 있을 예정이다. 최근 증시는 원화가치 강세 속에 외국인 투자자의 투기성 단기자금이 많이 들어오면서 언제든 위기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면 자금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정치권이나 정부, 기업 관계자는 물론 온 경제 주체가 4월 위기설을 잠재우고 경제가 활력을 가질 수 있도록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선 과정에서 소모적인 분노나 감정적 이슈에 치우쳐 포퓰리즘이나 진영 대립이 득세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성장과 복지가 병행하는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정치집단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사드 보복에 대해선 해외 여행보다는 국내 여행 활성화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이 빠진 틈새를 조금이나마 메워주려는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특히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에도 해외 여행보다는 활력이 넘치는 국내 여행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키고 차분하게 투표에도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대우조선 사태와 관련해서도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 수도 있는 만큼 혜택을 받는 노조와 직원들의 자발적인 고통 참여가 필요하다. 증시 핫머니에 대한 대응에도 정부 당국은 플랜을 세워 만반의 대비가 있어야 하고 북한 핵실험이나 미-중 정상회담, 환율조작국 발표에도 빠른 대처를 통해 불안감을 불식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4월 위기설을 말끔하게 잠재우고 한국 경제가 다시 소생의 계절을 맞을 수 있을지 여부는 온전히 우리의 자세와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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