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에 성역은 없어졌다는 뜻...위기지만 '개혁'의 기회라는 진단도 나와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한국에서 더 이상의 성역은 없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수감되는 상황이다. 국내 최대 재벌 삼성의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이은 것이다. 역사적으로 초유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차기 대통령 유력 후보들은 “성역 없는 개혁을 하겠다”고 외친다. 외국인들도 ‘한국의 개혁’을 응원한다.

지난 3월 22일(한국시각)로 기억된다. 영국의 유력 경제신문 파이낸셜 타임스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금 한국의 혼돈 속에서 유리한 점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가 광범위한 기업 개혁의 희망을 드높였다”면서 “투자자들이 항상 정치적 혼란 상황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초유의 사태들이 한국에 위기를 안겨 주기 보다는 새로운 개혁의 모멘텀을 창출할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진단했었다.

맞는 말이다. 한국은 지금 중대 기로에 서있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됐다. 한국 최대 재벌의 오너도 구속됐다. 그런데도 외신은 한국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번 위기가 한국에겐 ‘개혁의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그런 만큼 적폐 청산의 행진은 강도높게 이뤄져야 한다. 이 기회에 ‘한국 병’을 고쳐야 한다. ‘부조리’도 청산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국정 공백이 발생하고 나아가 일부 재벌 총수의 구속으로 재계가 움츠러들 수도 있겠지만 길게 보면 ‘한국의 정치,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지적에 필자도 공감한다.

다행히 한국 최대 재벌의 오너가 구속되고 10대 재벌의 주요 총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의 추가 수사 여부가 남아 있긴 하지만 최근 우리 경제는 오히려 '기사회생'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3월 수출이 전년 대비 13%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기업의 반도체 수출이 눈부신 활약을 했다고 한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새로 내놓을 갤럭시 S8에 대한 평가도 지금은 양호하다. 더불어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오너 구속에도 오너 리스크는 아직 크게 엿보이지 않는다.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적폐 청산은 이제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일단 법원은 뇌물죄 관련 특검 및 검찰 수사 결과에 일리가 있다는 판단아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을 결정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일부 재계 관계자의 혐의와도 무관치 않은 대목으로 간주된다. 혹자는 향후 진행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밝힌다.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법정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법정 공방과 험난한 공판이 예상된다는 견해가 쏟아진다. 박 전 대통령이나 이재용 부회장 모두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가 수사가 필요한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과의 진실게임도 힘겹기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바랄 것이다. 이번 '최순실 등의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꼭 필요한 진실이 밝혀지길 학수고대할 것이다. 진실이 '있는 그대로' 밝혀져야 개혁다운 개혁도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경제가 위기 속에서도 수출이 버텨주고 오너 리스크가 생각 보다 크지 않았던 것은 경제 개혁의 고삐를 당길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과거 엘리엇이 삼성을 공격할 때 수년간 준비했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이는 뭘 말하는가. 우리 기업이 빈틈을 보일 경우 언제든 적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 구태의연한 통치나 기업 경영은 이 땅에서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진실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드러난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그리고 성역은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대한민국 최고 권력인 대통령마저 탄핵되고 구속되는 마당에 이제 와서 두려워 할 게 뭐가 더 남아있겠는가. 국정을 책임지는 분들이나 법질서를 수호하는 분들, 그리고 법의 심판대에 선 분들 모두 ‘진실’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밝혀 내거나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만이 그나마 국민과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버림받지 않는 길임을 당사자들은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타임이다. 그리고 진실이 제대로 밝혀 질 때 이것이 진정한 개혁을 잉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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