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금융위기 이후 보호무역 급부상...중국의 수입도 급격 감소"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무역 확장세가 둔화되고 국제 자금 흐름도 증가세가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저명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자(한국시각) 기사에서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자유무역이 퇴조하고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게 그 원인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지난 10년 동안 경제 위기를 겪고 포퓰리즘이 심화되면서 부상하기 시작한 새로운 기류를 목격했다.

글로벌 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무역과 금융의 자유화 물결에 힘입어 확장을 계속하면서 개발도상국에서 수억 명의 사람들을 가난에서 구해주었고, 선진국에 값이 더욱 저렴한 제품과 수익성이 좋은 투자기회를 제공했다. 그런데 이런 자유와 세계화의 물결에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이 지난 현재 글로벌 무역은 세계 GDP(국내총생산) 증가와 비교해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다. 국제 자본흐름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면서 해외 은행대출 또한 급감하고 있다. 미국과 선진 유럽의 이민 친화정책에도 저항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국수주의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말에 영국은 공식적으로 EU(유럽연합)를 탈퇴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했다.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에게 세계화는 경제를 번영하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이었다. 1776년의 아담 스미스와 1817년의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연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고전 경제학은 무역이 부의 기반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였다. 무역은 자국 근로자들이 가장 잘하는 일을 특화함으로써 국가들의 효율성이 높아지도록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이질적인 국가들을 함께 묶어놓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력 풀이 확대됐고, 선진국의 근로자들이 개발도상국의 저임금 근로자들과 경쟁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저소득층의 부가 크게 증가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동시에 금융흐름의 자유화는 과잉자본 감소로 이어졌고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대형 투자은행 블랙록의 CEO인 래리 핑크는 지난 2월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업 전략을 설명하면서 “세계화가 퇴보하고 있다”며 “우리는 독일에서는 독일 사람, 일본에서는 일본 사람, 멕시코에서는 멕시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이나 HSBC와 같은 대형 은행들은 국제적 입지를 줄이고 있다. GE와 같은 산업재 기업들은 지역화가 심화된 세상에 맞는 전략들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기관들은 중국과 떠오르고 있는 다른 힘들로부터 받는 도전들로 고심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경제 발전을 위해 수출에 기대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선진국들은 덜 친절해진 해외시장을 마주하고 있고, 선진국의 근로자들은 공장 자동화 요구와 씨름하고 있다.

세계화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글로벌 무역 및 금융의 둔화가 선진국의 미숙련 근로자들의 임금 압박을 완화하고 금융 버블의 위험을 막으며, 개발도상국에 위치한 다국적 회사들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가 무역 증가율 둔화에 일조를 했는데, WTO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글로벌 제품 수출 가치가 10% 감소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원자재 가격 하락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10년을 기준으로 본 제품 수출 증가율 또한 사상 최저 수준이다.

덴마크 대형 해운사인 머스크의 CFO는 지난 2월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디플레이션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면서 지난해 19억 달러의 손실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전 세계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청산 절차를 밟았다. 작년에 조선업계에서 가장 핫한 트렌드 중 하나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의 조선소에서 총 862개의 대형 컨테이너선을 고철로 해체하는 작업이었다.

맥킨지에 따르면 주식 및 채권 매입, 외국인 직접투자(FDI), 대출의 형태로 나타나는 연간 국제 자본흐름이 2007년에 11조9000억 달러에서 2015년에 3조3000억 달러로 3분의 2 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유럽의 해외 은행 대출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 세계 해외 은행 대출 총액이 2008년에 35조5000억 달러에서 2016년 3분기에 28조2000억 달러로 21% 감소했다.

최근 기세를 높이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는 또 다른 복병이다. 무역을 감시하는 단체인 세계무역경보(GTA)에 따르면, 2009년의 경기침체 이후 전 세계적으로 7000건에 달하는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실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 조치들 중 절반 정도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1994년에 마지막 글로벌 무역협정이 체결된 이후로 23년이 지났지만 곧 체결될 것으로 보이는 무역협정은 없다. 이에 따라 국제 무역에서 관세 인하 진척 속도는 매우 낮게 진행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글로벌 공급 사슬을 구축하는 데 활용했다 예를 들면, 말레이시아의 고무 농장을 중국의 타이어 제조업체와 미국의 소매업체에 연결하거나 콜롬비아의 커피 농장을 스타벅스 레스토랑에 연결한 것 등이다.

이 같은 상거래 망이 무역을 증대시켰지만 기업들이 생산을 지역화하고 조립부품 수입을 축소하며 무역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사슬이 지난 20년 동안 연간 4% 정도로 확대된 이후 2011년 즈음에 성장을 멈췄다.

1980년 이후로 국제적인 입지를 넓혀온 GE는 전략의 중심이 지역 거점에 집중되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GE의 CEO 제프 이멜트는 작년에 그러한 움직임을 설명하면서 “자유무역의 원칙에 따라 작동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라 지역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는 GE가 수출과 글로벌 공급사슬에 기대지 않고 중국, 인도, 그리고 다른 대규모 시장에서 그곳의 고객들에게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글로벌 기업 관계자도 중국 공장들을 짓기 전에 “정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지켜보려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한 이유는 현지 조달 부품사용 규정들로 인해 다른 국가에서 공장을 지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수준보다 공장을 더 많이 보유하도록 압박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한때 해외로부터 원자재와 제품을 수입해 조립하고 다시 수출하는 방식의 조립 플랫폼이던 중국이 현재 필요한 것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도 무역 증가를 가로막는 원인이다.

중국의 선전에 위치한 한 외국계 제조회사 관계자는 현재 테블릿PC를 생산하기 위해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LCD 스크린이 아닌 중국산 LCD 스크린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MP3 플레이어 메모리 칩 역시 일본이나 한국에서 수입하기보다는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투자회사인 스탠다드 라이프 인베스트먼츠 관계자는 “중국이 점점 공급사슬을 자가 잠식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국, 대만 등의 수출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새로운 은행 규제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유가증권과 대출에 대해 더 큰 자본 완충재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은행들이 해외에서 리스크를 감내할 의지가 줄어들게 하는 요인이다.

한편 선진국에서는 세계화의 반전으로 인해 저소득 국가와의 경쟁이 줄어들면서 미숙련 근로자들의 임금이 상승할 것이라는 커다란 기대가 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지난 5년 동안 임금 상승률은 평균적으로 2.1%로 둔화됐는데, 2007~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전까지 5년 동안 임금 상승률은 평균적으로 2.4%였다. 미국에서는 지난 5년 동안 근로자들의 임금과 급여가 연간 2% 증가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5년 동안 기록했던 2.9%와 비교해 하락한 수치다.

세계화와 반세계화 이슈가 핫한 트렌드로 떠오른 가운데 어떤 것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부여하고 더 많은 부를 창출하게 할지는 머지않은 시간에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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