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에서 배우는 경영 통찰력(시리즈 1)...타이레놀 광고의 묘미

▲ 김병희 교수

[외부 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15대 회장] 세상에 쉬운 경영이란 없다.

올라오는 결재 서류는 왜 그리도 많은지, 하루 24시간도 모자랄 때가 많을 터. 손쉽게 결정하는 경우는 1년에 한두 번 뿐일 테고, 대규모 투자나 신기술 개발 같은 중요 사안일수록 결재 한번 하는 데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다양한 상황을 분석하고 또 분석한 다음 종합해서 가장 적확한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게 경영자의 몫이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골치 안 아픈 날이 거의 없다. 하지만 골치가 아플수록 유머 감각이 필요한 법이다.

경영자라면 골치 아픈 두통에 시달릴 때 타이레놀을 찾은 경우가 있으리라. 타이레놀은 인간을 두통에서 해방시킨 해열진통제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진통제의 역사는 3500여년 전 고대 이집트 시기에 진통제에 대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1899년에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의 해열·진통 효과가 확인됨으로써 타이레놀(Tylenol)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지난 120여년 동안 국내외에서 얼마나 많은 경영자들이 두통에 시달릴 때마다 그 약을 찾았을까 싶다.

타이레놀의 광고 ‘클린턴’ 편(1998)에서는 두통에 효과적이라는 약효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지퍼게이트 스캔들은 워낙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기에 모르는 분이 없으리라. 재선에 성공한 클린턴을 시도 때도 없이 괴롭혔던 문제는 국내외 정치·경제적 문제가 아닌 섹스 스캔들이었다. 타이레놀 두통약 광고에서는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을 소재로 활용해 타이레놀의 약효를 절묘하게 표현해냈다. 유머 광고가 아니면서도 소비자를 웃게 만드는 웃음의 파워가 대단하다.

 

▲ 타이레놀 광고 '클린턴' 편(1998)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광고를 보면 클린턴 이마에 붙어있는 르윈스키의 증명사진이 한눈에 들어온다. 광고 카피는 “심한 두통에는(For a strong headache) 초강력 타이레놀”이라는 한 줄 뿐이다. 옆에는 타이레놀 병 하나만 덩그렇게 놓여 있다. 유명 브랜드인 타이레놀의 특성을 굳이 구질구질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을 터. 클린턴의 이마에 르윈스키의 사진을 붙임으로써 소재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유발했다. 성추문 특별위원회가 결성되어 법정에서 증언까지 해야 했던 클린턴의 골치가 얼마나 아팠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클린턴은 스캔들로 떠들썩했던 1998년 당시에 두개골이 깨질 듯이 지끈거리는 두통에 얼마나 시달렸겠는가.

우리나라에서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대통령이나 유명 정치인을 광고 모델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원수를 모독했다는 죄로 기소될 염려도 없으니, 현직 대통령을 광고 소재로 써서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패러디하면 주목 효과는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모델이 처한 상황과 광고하는 상품의 특성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도록 사실을 풍자할 경우에는 오랫동안 소비자의 기억 속에 남을 수밖에 없다. 광고 창작자들은 클린턴의 두통 문제를 타이레놀의 약효로 절묘하게 활용했던 것이다.

타이레놀의 기발한 광고 시리즈는 클린턴 광고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쿠바의 독재자 카스트로의 이마에는 사이가 나빴던 당시의 교황님 사진을 붙였고, 독일 카레이싱 스타의 이마에는 경쟁의 맞수인 선수 사진을 붙였다. 우리나라 광고에서는 가시면류관을 보여주며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라는 유명한 성경 구절을 카피로 썼다. 가시로 머리를 찌른 듯 아픈 두통을 가시면류관으로 비유하며 한 줄의 카피를 써서 구체화시켰다. 모든 광고에는 설명을 길게 덧붙이지 않고 타이레놀이라는 브랜드 이름만 제시했다. 해열진통제의 대명사라는 자신감의 발로이다.

이 광고의 기획 의도는 두통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타이레놀이 효과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다. 그렇지만 진지한 메시지로 전달하지 않고 가볍고 쿨하게 표현했다. 골치 아플 때 먹는 약이지만 보면서 웃을 수 있도록 유머 기법을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만일 진지한 카피로 약효를 설명하는 광고를 만들었다면 광고가 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했으리라. 유머러스한 표현은 두통에 시달리는 경영자에게 도움이 될 법한 메시지가 분명하다. 그렇잖아도 머리가 아픈데 약 광고까지 골치 아프게 설명한다면 얼마나 짜증이 나겠는가.

경영자들이여, 이 광고에서 유머 감각을 배우자. 아무리 어렵고 힘든 순간이라도 유머를 섞어 재치 있는 화법을 구사한다면, 계약이 성사될 수도 있고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도 있다.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호감을 주기 때문이다. 골치 아픈 일이 많은 경영자일수록 더더욱 유머 감각이 필요하다. 이제, 유머 감각은 경영 리더에게 필요한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유머러스한 경영자는 늘 여유가 있어 보이며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해준다. 유머 감각을 발휘하면 비즈니스도 더 잘될 것이다. 타이레놀의 광고는 두통의 효과를 쉽게 알린다는 본래의 광고 목적 이외에도 생활 속에서 유머 감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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