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구조조정 잘못한 측이나 이제 와서 손실분담 못하겠다는 쪽이나 한심하긴 마찬가지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산업은행과 국민연금 간 뒤늦은 샅바 싸움이 가관이다.

잘 알려진대로 정부와 산업은행 등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채권자들에게 대우조선 회사채 1조3500억원 중 절반은 주식으로 바꿔 탕감해 주고 나머지는 만기를 3년 유예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대우조선 회사채의 28.9%(3900억원)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반발하면서 사태가 꼬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산업은행에 ‘실사 기회’를 요청했고 산업은행은 거절했다.

산업은행과 정부 등은 자금을 지원해 대우조선을 일단 살려 놓을 테니 채권자들은 채무 재조정에 동참해달라는 것이다. 대우조선이 현재 건조 중인 배를 모두 지어 인도 대금을 받게 되면 그 돈으로 채무를 갚게 하겠다는 게 산업은행 등의 복안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입장은 다르다. 정부나 산업은행 등의 방침대로 할 경우 대우조선에 꿔준 돈의 절반은 받지 못하게 되는데다 나머지 절반도 대우조선이 살아나야 받을 수 있는 만큼 실사를 통해 명확한 진상을 파악해 보겠다는 것이다.

양측의 입장이 충돌하는 점은 이해가 간다. 산업은행 등은 어떻게든 대우조선을 살려 나중에 절반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정부나 산업은행 계획에 선뜻 동참할 경우 '국민의 노후자금에 거액의 손실이 가해지는 데도 가만 앉아서 당하고만 있었느냐'는 추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양측이 이제와서 샅바싸움을 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볼썽사납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이지경이 되기까지 무얼 하다가 대우조선이 벼랑 끝에 몰리니까 이제서야 채권자들에게 손실을 분담하자고 한 것이 아쉽다. 진작 대우조선에 대한 구조조정을 철저히 했더라면 국민의 노후자금에 손실을 분담하자고 하는 상황도 덜 했을 것이다.

국민연금의 행태도 이해가 안간다. 이미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제와서 실사니 뭐니 하며 시간을 끈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는지 묻고 싶다. 대우조선해양의 사정이 어려워진게 어제오늘의 얘기도 아닌데 이제껏 채권을 대규모로 갖고 있은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국민연금은 이번 대우조선 처리가 어떤 방향으로 결정 나든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그리고 정부는 이미 국민들에게 커다란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관련 채권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자칫 국민들만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간 대우조선에 들어간 혈세가 국민들의 손에서 나갔고 이제는 국민들의 노후자금마저 추가 손실을 입을 처지다.

그럼에도 지금은 상황이 위중하고 다급한 만큼 대우조선을 어떻게 처리하는 게 최선인지 양측은 머리를 맞대고 현명한 합의를 이뤄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다만 대우조선 문제가 처리되고 나면 향후 정부 구조조정 당국과 산업은행, 국민연금 등은 국민들로 부터 응분의 책임 추궁을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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