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회복세 속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는 역량 중요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1년 가까이 만에 찾은 동해는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 중청봉엔 아직도 하얀 눈이 위엄을 뽐내고 있는 반면 해수욕장엔 후덥지근한 날씨를 즐기려는  수상 보트가 떠다닌다.

무척이나 변덕스러운 날씨 탓으로 여겨진다. 같은 공간에서 한 쪽은 겨울을 즐기고 한 쪽은 여름을 나고 있으니 묘한 대조를 이룬다.

요즘 경제계가 딱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쪽에서는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타면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위기 탈출과 미래 먹거리를 위해 심각한 고민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또 마냥 봄바람을 즐기기엔 어디에 '폭탄'이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형국이어서 안심할 여유가 없다. 봄바람 속에 언제 휘몰아칠지 모르는 돌풍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요즘 반도체 호경기가 지속되고 갤럭시S8이 공전의 히트를 칠 조짐이어서 실적 잔치가 이어질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마디로 퀀텀점프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에도 마냥 봄맞이를 즐길 수 없는 분위기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갤럭시노트7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특히 회심의 카드로 준비한 스마트폰 갤럭시S8이 시장에 안착하는 데 사운을 건 모습이다.

고동진 사장은 10만대를 실험해서 확실하게 안전을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시장에 풀릴 판매량은 그보다 100배가 훨씬 넘는 물량이다. 따라서 제품이 본격 판매될 오는 21일 이후 다음달 초까지는 삼성전자 경영진에게는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리라 본다.

현대차그룹은 당장 두 개의 악재에 가로막혀 있는 모습이다. 하나는 중국 시장에서 사드 압박으로부터 얼마나 빨리 탈출할 수 있느냐이고 또 하나는 삼성전자와 같은 안전의 문제인 대규모 리콜에서 입은 이미지 손상을 얼마나 빨리 만회할 수 있느냐다.

중국 시장에서는 지난 3월 반토막에 가까운 판매 감소세가 나타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여기에 세타 엔진의 결함에 따른 대규모 리콜을 발표하면서 브랜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결국 관건은 노사 합심을 통해 지금보다 더 성능이 좋고 안전한 자동차를 얼마나 경쟁력 있는 원가로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조만간 출국금지에서 벗어나 반도체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M&A 행보를 시작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ICT에서 성장동력을 마련하려는 그룹으로서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얼마나 효율적인 M&A를 할 수 있느냐가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 퀀텀점프를 할 수 있는 관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그룹으로선 다양한 카드를 준비해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만 훙하이가 3조 엔을 베팅하며 미국의 애플 및 일본 기업과 연합해 입찰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지는 것은 상당히 염려가 되는 대목이다. 만에 하나 이런 카드가 성사된다면 SK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LG전자가 모바일 분야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내놓은 G6가 시장에서 비교적 순항을 하고 있어서 스마트폰 사업에서 다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스마트폰은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향후 반전을 모색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소형 OLED, 자동차 전장 사업에서도 새로운 캐시카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결실을 거둘 수 있느냐에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사드 압박으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롯데그룹은 각종 악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면돌파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달부터 본격 영업을 시작한 국내 최대 규모의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는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통해 소비자의 평생 행복을 높여주기 위한 차원의 'Lifetime Value Creator(생애주기 가치 창조자)'라는 새로운 비전은 그룹의 50년을 넘어 100년을 지속 발전시키는 요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경제를 회복시키고 내수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5대 그룹은 지금 가장 변화무쌍한 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세계 경제 회복세 속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는 데 역량올 모아갈 필요가 있다. 올 한 해 5대 그룹의 성적표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