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국을 불안하게 만든 레이건 vs 동맹국부터 불안한 트럼프 시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미국의 동맹국 노릇하기 힘든 시기다.

천하맹주 노릇을 해왔던 미국이 적성국들보다 동맹국들에게 무역흑자 좀 그만 내고 미국인들 직업도 뺏어가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접경이기도 한 멕시코는 범죄자들의 출신지 취급을 받으면서 멕시코 스스로 돈을 내서 장벽을 쌓으라는 무례한 대접까지 받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8일 서울의 주한미국상공회의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것 때문에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5년 동안 두 배로 늘었다고 불평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북한과의 갈등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면서 이게 과연 이 자리에서 할 소리냐는 비판을 사기 충분하다.

여러 차례 함께 싸웠던 오랜 혈맹이 대치의 최전선에서 군화 끈을 동여매고 있는데 등 뒤에 대고 “너네 물건 그만 팔고 우리 물건 더 사라”고 외치는 격이다.
 

▲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환영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면서 미국의 최우선 동맹국은 일본이라고 명시했다. 그가 입에 담지 않아도 그러한 미국 정치외교의 속성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지만, 외교의 수장이 명시적으로 언급했다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다. 그리고는 한국으로 와서 만찬 취소 해프닝을 일으켰다.

틸러슨 장관이 러시아에서 외교적으로 보기 드문 박대를 받은 것을 보면, 그는 험한 자리를 일부러 찾아가 자신에게 유리한 입지를 만드는 방법을 잘 쓰는 듯하다. 한국 방문 때 “만찬 제의를 못 받았다”고 스스로 밝힌 것 또한 이런 방법의 하나라면, 한국은 그에게 이미 오랜 동맹국으로서의 정서를 잃은 셈이다.

미국 정부가 보여주는 오락가락 정책행보도 오늘날의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모든 국가들로서는 참으로 종잡기 힘들다.

기업가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한 달러를 선호하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17일 “강한 달러가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이해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을 의식해 “달러강세가 단기적으로 수출에 지장을 초래하기는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의 외환정책에 대한 혼선은 므누신 장관의 발언으로 처음 초래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출확대 정책 자체가 달러 약세와는 정반대의 속성을 지닌 것이었다.

미국 정부가 세금은 줄이고 쓰임새를 늘리면,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더 많이 발행해야 한다. 채권 공급이 늘면, 당연히 가격이 떨어진다. 채권 가격의 하락은 금리의 상승과 같은 말이다.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면 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미국달러 가치가 절상된다.

이런 경제정책을 가진 사람이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인위적으로 자국통화를 절하시켜서 달러 강세를 초래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했다. 이 경고를 받은 국가는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독일 스위스다. 대부분 미국의 오랜 동맹국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간혹 전임자 가운데 하나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비교된다. 그런데 당시는 이렇게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다. 레이건이 취임하기 전, 지미 카터 대통령의 미국은 전 세계 곳곳에서 소련과 공산권의 팽창에 속수무책으로 몰리고 있었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러다가 다음은 우리 아니냐’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불안을 뒤집고 11년 후 소련과 동구권 해체의 기틀을 만든 사람이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레이건은 동맹국들의 불안을 해소했지만, 트럼프는 동맹국들부터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18일 불안심리가 일부 진정되면서 엔화환율이 소폭 상승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오후 4시1분(한국시간) 현재 1달러당 109.02 엔으로 전날보다 0.1% 상승했다.

원화환율도 상승했다. 1142.4 원에 마감돼 전날보다 0.41% 상승했다. 그런데 원화환율 상승은 불안심리가 진정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현재의 대치상황을 지켜보자는 진정국면이 된 것과 무관하게 원화가치는 떨어졌다. 펜스 부통령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대놓고 지적하면서 FTA 개선을 촉구한 것은 상당히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예상케 한다. 딜러들은 이런 예상에 따라 원화약세를 전망하고 달러를 사면서 원화를 팔게 된다.

유로가치는 1유로당 1.0649 달러로 0.06% 올랐고 파운드가치는 1.2590 달러로 0.2%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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