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근로자의 임금 동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는 시도해볼만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2010년대 들어 한국에서는 잠재 성장률이 떨어지고 기업의 노동 수용능력이 약화되면서 일자리 부족은 우리 경제의 최대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치권은 물론  정부가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지만 갈수록 청년실업률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서울 노량진과 같은 곳에 밀집한 공무원 학원은 '공시족(공무원이나 공기업 시험에 매달리는 청년)'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공시족이 100만명이 넘고 이로 인한 한국 경제 손실이 매년 수십 조원을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나타난 '앵그리 청년'들이 최근 촛불정국을 주도하고 임박한 대선에서도 승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선 주자들은 앞다퉈 청년층을 위한 구애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심각한 고민이 없는 섣부른 공약은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경제 활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제대로 된 일자리 대책은 무엇일까. 우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민간 경제를 활성화시켜 잠재 성장률을 높이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늘려 가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대책은 될지언정 당장 늘어난 청년 실업을 낮추기에는 언 발에 오줌누기가 된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규제 완화는 이해관계자가 너무 다양하게 얽히고설켜 있어 이를 푸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특히 소득의 양극화 심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확대 등의 논란으로 규제 완화는 변죽만 울리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당장 부족한 일자리를 늘리는 데 유력하게 거론되는 게 정부 예산 지원을 통한 공공 근로자 확대나 중소기업 채용 확대 방안이다. 그러나 이는 세금을 늘리는 '증세'가 필히 동반돼야 하는 관계로 기존 근로 계층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아무리 사안이 급하다고 해도 최종 단계에나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으로 최근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다. 물론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 나누기라는 목적 외에도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최근 세계 경제 트렌드 충족을 위해서도 주장이 되는 바가 있다.

하지만 임금을 낮추지 않고 근로시간 단축만 이야기하는 것은 가뜩이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 경제에 '독약'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이 있다. 국회에서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당장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중소기업계 등 재계의 거센 반발로 처리가 무산된 바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생각보다는 업계에 미치는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유력 대선주자들은 근로시간을 현행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을 거쳐 40시간까지 줄이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일본은 40시간, 프랑스와 독일은 35시간으로 운용되고 있다니 우리 근로시간이 긴 것이 사실이겠지만, 그렇다고 사회적 대책이 없이 당장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기업은 물론 근로자들에게도 득이 될 수 없다.

좀 더 긴 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질 필요가 있다. 특히 노동계는 임금 축소가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원하고 있어 경영자와 근로자의 갈등이 커질 염려가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당장은 고소득 근로자의 임금 동결을 통한 임금 나누기가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귀족형 노조'를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민주노총에서 소수지만 임금 나누기를 주장하는 지도층이 나오고 있다니 다행이다. 이들은 사회적 연대를 위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대타협 기구를 통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노조원의 임금을 동결하고 그 상승분을 비정규직 청년 등에게 나누자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고 한다.

고소득층 임금 동결을 통해 대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중소기업계에 숨통을 터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해소는 물론 시급한 일자리 창출의 유력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만 이뤄진다면 당장에라도 큰 갈등 없이 시행할 수 있는 사안이라서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일부 대기업이나 금융권 근로자의 임금은 이미 고소득이라고 일컬어지는 1억 원을 넘어서고 있어 충분히 동결의 여지는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정치권과 정부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금융권 등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일자리를 늘리기에 앞서 산하 노조 등의 설득을 통해 임금 및 연금 상승 억제를 위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혈세 투입을 를 통한 일자리 확대나 기업 부담 확대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그 다음에 생각해도 좋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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