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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잘 사고파는 상인...김병희 칼럼광고에서 배우는 경영통찰력(시리즈 3)...나가노시계점 광고의 교훈
김병희 서원대 교수  |  wh1463@choi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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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24  06: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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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희 교수

[외부 기고=김병희 ] “당신이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원했던 내일이다”

일찍이 소포클래스는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금’ 세 가지는 황금, 소금, 지금이라는 말도 있다. 모두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30분 혹은 1시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는 경영자에겐 시간이 더 소중할 수밖에 없고, 시간의 가치를 더더욱 따질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시간을 금쪽같다고 표현했겠는가. 그렇지만 우리는 늘 시간의 중요성을 망각할 때가 많다.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지만, 모두가 똑같이 시간을 쓰지는 않는다.

일본의 시계 광고에서 시간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자. 선물용 시계를 주로 파는 나가노시계점(長野時計店)의 광고 ‘겨울’ 편(2006)에서는 “시간의 상인(時の商人)”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다음과 같은 바디카피를 덧붙이고 있다.

 

   
▲ 나가노시계점의 광고 '겨울' 편(2006)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그 상인은 시간을 팔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시간을 사시겠어요? 1분부터 주문받습니다’

어떤 남자는 상인으로부터 1시간을 샀다.

한 시간을 산 남자는,

그것을 독서의 시간으로 썼다.

어떤 여자는 1주일을 샀다.

일주일을 산 여자는,

그것을 해외여행에 썼다.

‘10년을 갖고 싶은데’

어떤 노인이 상인에게 물었다.

‘손님, 십년이라면 꽤 비싼데요’

‘상관없네. 10년 치 주게’

십년을 산 노인은,

그것을 병에 걸린 아내에게 양보했다.

시간에 드라마를(時に、ドラマを). 나가노”

 

시계 광고에서는 보통 디자인이나 기능성을 강조한다. 일반 시계보다 향상된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는 최근의 스마트워치(smart watch) 광고에서도 거의 다 패션 감각이나 부가적 기능을 부각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나가노시계점 광고에서는 시계를 직접 팔려하지 않고 시간의 철학을 알려줄 뿐이다. 1분, 1시간, 1주일, 10년, 시간의 점층법을 통해 시간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병든 아내의 생명을 연장하려고 노인이 10년 치 시간을 사서 아내에게 선물했다는 대목에 이르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광고에서의 백미(白眉)다.

겨울 바다의 눈 덮인 백사장에 카피를 얹은 솜씨는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숱한 상념이 떠오르게 하는 겨울 바닷가. 한 여름에는 해수욕장이었을 바닷가를 비주얼로 삼아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했다. 더 놀라운 점은 시계점 광고인데 단 한 개의 시계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사실. 제품 자체만으로도 상품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광고에서 제품을 보여줘야 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이 광고에서는 그런 상식을 타파하고, 제품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시계의 가치를 돋보이게 했다.

이 광고에서는 소비자 심리학의 주요 개념인 래더링(laddering) 원리를 활용했다. 래더링이란 제품의 속성을 바탕으로 ‘왜?’라는 질문을 계속해나가며, 혜택과 가치를 알아보는 사다리식 질문법이다. ‘속성→혜택→가치’의 과정을 거쳐 어떤 제품인가에서 어떤 가치를 지닌 제품인가로 바뀌게 되는데, 이 광고에서는 시계의 속성을 시간의 가치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시계점이란 시계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시계를 파는 유통점이다. 그곳에 가서 시계를 사면 같은 시계라도 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로또 복권에 많이 당첨된 상점에 사람들이 몰려가듯, 이런 광고를 보고나면 기왕이면 나가노시계점에 가서 선물용 시계를 사고 싶지 않을까?

이 광고는 2006년 봄에서 겨울까지 계절마다 집행했던 나가노시계 시리즈 광고의 겨울 편이다.

시리즈 광고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각각의 주제를 전달했다. 봄 편에서는 “시간의 관계”라는 헤드라인 아래 ‘시간에 마음을(時に、ココロを)’이라는 서정을, 여름 편에서는 “Happy Birth Time”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시간에 두근거림을(時に、トキメキを)’이라는 설렘을 담았다. 가을 편에서는 “인간의 시간”이란 헤드라인 아래 ‘시간에 힘을(時に、チカラを)’이라는 파워를, 겨울 편에서는 “시간의 상인”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시간에 드라마를(時に、ドラマを)’이라는 가치를 이야기했다.

시리즈 광고들은 1958년에 창업한 나가노시계점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시계라는 제품이 아닌 시간의 가치를 팔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터.

타임(time)의 번역어인 시간이 때나 시각을 대체하며 이 땅에서 쓰이게 된 것은 개화기(開化期) 무렵부터이다. 그 전에는 대강 몇 시각 경 정도만 있었고 시간 개념은 아예 없었다. 그런 시간을 쪼개 쓰느라 경영자들은 늘 바쁘다. 그런데 30분 혹은 1시간 단위로 쪼개는 시간의 속성에만 습관적으로 매달리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사람들이 광고에서처럼 1분, 1시간, 1주일, 10년을 산다면 과연 그 시간을 얼마나 가치 있게 쓸 것인가? 1주일 정도 고민해야 할 일을 1시간 만에 결정하거나, 아니면 1시간 만에 결정할 수 있는 일을 1주일씩이나 질질 끌고 있는 건 아닌지, 시간의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

기능성을 넘어 패션 감각으로 치닫는 스마트워치의 시대. 이런 때 굳이 아날로그적인 ‘시간의 상인’을 소개하는 이유는 시간을 잘 사고(자기만의 시간 갖기) 잘 파는(남에게 자기 시간 내어주기) 사람만이 정녕 뛰어난 상인이라는 사실을 환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리적 시간보다 중요한 게 주어진 시간을 가치 있게 쓰는 지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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