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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4자로 대통령이 되었다...김병희 칼럼광고에서 배우는 경영통찰력(시리즈 4)...아이젠하워 정치광고의 교훈
김병희 서원대 교수  |  wh1463@choi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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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01  06: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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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희 교수

[외부 기고=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경영자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자기 회사의 경영에 더 유리할지 계산하느라 바쁘겠지만, 그보다 정치 캠페인 슬로건을 꼼꼼히 비교해보라 권하고 싶다.

기업에서는 기업 이미지 광고를 자주 한다.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상품 판매 광고와는 달리, 기업 이미지 광고는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기 위해 멀리 내다보고 하는 기업 커뮤니케이션이다. 따라서 기업 이미지 광고에는 최고 경영자의 경영 철학이 속속들이 녹아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2-3년에 한번 씩 기업 슬로건을 바꾸는 곳이 많다. 그렇게 자주 바꾸면 시간이 지난 다음 소비자의 머릿속에는 어떠한 단어나 이미지도 남지 않는다.

한 표가 소중한 선거판에서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후보는 메시지의 과욕을 버리고 사람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슬로건을 채택했다. 그는 우리에게 친숙한 맥아더 장군의 전속부관 생활을 무려 9년 동안이나 묵묵히 수행했던 일화로도 유명하며,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한 미국의 첫 대통령이기도 하다. 기억하기 쉬운 슬로건으로 제34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아이젠하워의 정치광고 ‘아이크’ 편(1952)을 보자.

   
▲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광고가 시작되면 “아이젠하워를 대통령으로(Eisenhower for President)”라는 자막이 뜬다. 미키마우스 만화에서 자주 보던 캐릭터가 등장해 퍼레이드 악대를 지휘하면 드럼소리에 맞춰 코끼리가 등장한다. 코끼리의 코에는 ‘IKE’라고 쓴 현수막이 걸렸고 등에는 아이젠하워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안장을 걸쳤다. 꼬리에 매단 북채로는 북을 치며 행진하는 인상적인 애니메이션 영상을 표현했다. 두루 알다시피 ‘아이크(Ike)’는 아이젠하워의 애칭이다. 손에 ‘IKE’라는 팻말을 든 사람들이 낮에도 밤에도 계

   
▲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속 행진을 이어가고 급기야 백악관 건물의 첨탑 끝에 ‘IKE’가 빛난다. 그 사이사이에 “아이크가 좋다(I like Ike)”라는 슬로건이 계속 반복되고,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젠하워를 찍자(Vote for Eisenhower)”며 광고가 끝난다.

이 광고에서 쓰인 알파벳은 아이(i), 엘(l) 케이(k), 이(e) 4자 뿐이다. 애칭 아이크(Ike)를 활용해 “I like Ike”를 수차례 반복했다. 짧고 평범한 단어로 기억하기 쉽게 했다.

“I like Ike”는 수사학에서의 유음중첩법(類音重疊法, paronomasia)을 활용한 것. 유음중첩법이란 음은 비슷하지만 의미는 다른 단어를 결합시켜 리듬감을 살리고 의미의 강도를 심화시키는 일종의 말놀이(말장난)인데, 우리나라 판소리 사설에서도 자주 쓰였다.

어쨌든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으로서의 인기나 한국전쟁을 반드시 끝내겠다는 선거 공약이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었지만, 슬로건도 한 몫 한 것이 분명하다. 선거 참모들은 다른 후보자처럼 접근하지 않았다. 많은 자랑거리를 내세우지 않고 오로지 “I like Ike”로 승부수를 던졌으니, 알파벳 4자가 대통령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2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선거 참모들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아이디어를 찾느라 고심하다 선거 캠페인을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어빙 베를린(Irving Berlin)이 카피를 쓰고, 월트 디즈니의 로이 디즈니(Roy Disney)가 연출해 광고를 제작했다. 슬로건 시안이 처음 나왔을 때 “아이크가 좋다”가 너무 평범하다며 선거 참모의 90%가 반대했지만 아이젠하워는 간단한 게 좋다며 광고 전문가의 손을 들어주었다. 군인다운 간명한 결정이었다.
 
결국 아이젠하워는 제34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고, 이 광고는 미국 TV에 방송된 최초의 정치 캠페인이 되었다.

아이젠하워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로 유권자 곁으로 다가갔다. 미국인들은 환호하며 그의 대선 슬로건을 외쳤고, 슬로건이 적힌 티셔츠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덕분에 그는 선거의 승자가 되었다.

<TIME>은 역사상 톱10 캠페인 광고의 하나로 이 광고를 선정하기도 했다. 아이젠하워는 1956년의 선거에서도 “여전히 아이크가 좋다(I still like Ike)”라는 슬로건을 써서 재선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도 1984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온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같은 장기 캠페인이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슬로건을 너무 자주 바꾼다. 기업 슬로건을 자주 바꾸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최고 경영자가 싫증내기 때문에 바꾸는 경우도 많다. 한 가지 슬로건으로 광고를 너무 오래 하지 않았느냐며 지루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잘못된 판단이다. 어떤 광고를 가장 자주 보는 사람은 광고주일 수밖에 없다. 자기네 광고가 잘 나오나 안 나오나 하며 너무 자주 광고를 봐서 싫증 날 때쯤 해서, 소비자들은 이제 막 그 광고를 처음 볼 수도 있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이번 선거에서 유승민 후보가 내세운 슬로건이다. 지난 2002년에 히딩크 감독과 정우성 씨가 모델로 출연했던 삼성카드의 광고 카피를 그대로 가져온 것. 카피라이터가 베낀 게 아니라 우연의 일치로 그리 되었으리라 믿고 싶다. 시시각각으로 유권자의 마음이 바뀌는 선거판에서 아이젠하워 선거 참모들도 상황에 따라 얼마나 자주 슬로건을 바꾸고 싶었겠는가? 하지만 참았다. 정치판에서 한 슬로건을 8년이나 쓴다는 것은 대단한 인내심의 산물이다.

선거의 계절을 맞이해, 바꾸고 싶은 변덕을 억누르고 한번 정한 기업 슬로건을 오래오래 밀고 나가는 인내심을 배우는 것도 경영자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이것이 알파벳 아이(i), 엘(l) 케이(k), 이(e) 4자가 가르쳐주는 경영 통찰력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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