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잔치 벗어나 투자에 대한 새로운 정립 통해 튼튼한 자본시장 조성해야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지난 4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박스권(1800~2200) 탈출이라는 오래된 숙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국내 투자자들로선 마냥 웃을 수만 없는 이유가 있다.

코스피가 이번에 세계 증시 상승 흐름에 합류해 6년 만에 박스권을 돌파하고 새로운 역사를 써갈 수 있는여지를 마련했지만 어디까지나 이번 잔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도해 만들어낸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그동안 대선 테마주 등에 집중하며 단기 투자 성향을 보인 데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 역시 지수 상승에 따른 펀드 환매 압박에 시달려 상승장에서 되레 주식을 대거 내다 파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축배를 든 주인공이 외국인 투자자로 제한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크게 웃을 수 없는 처지라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증권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12조원 넘게 순매수를 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7조원어치를 쓸어담으며 강세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시장 지분가치는 36.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작년 동기엔 32.76% 수준에 그쳤으니 1년 새 3.94%포인트가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1248조 원에서 1441조 원으로 늘어나 외국인 보유 지분가치는 단순하게 계산해도 409조 원에서 528조 원으로 늘어났다는 소리다. 이는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승의 열매를 외국인 투자자들이 개인이나 국내 기관 투자자에 비해 훨씬 많이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물론 앞으로 증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상승장이 계속된다면 우리 기업들이 열심히 벌어서 거둬 들인 자본소득의 과실이 상당 부분 국외로 송출될 처지가 될 것이니만큼 마냥 좋게만 보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외국인 지분가치가 올라갈수록 국내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게 될 것이므로 기업 운신의 폭도 그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제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 힘을 쓰거나 국내 고용창출 확대에 주력해야 할 때도 이익 분배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염려가 있을 것이다.

또한 세계 경제가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선 단기 투자이익을 향유하기 위해 들어온 외국인 핫머니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경제 위기를 증폭시킬 염려도 있다. 그만큼 거시 경제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정책 집행의 운신의 폭을 줄어들게 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따라서 우리 증시에서도 기관 투자가 특히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와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 등을 통해 기업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내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늘려 가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제안한다. 아울러 기업 역시 투명한 경영 및 회계제도 정착, 주주환원정책의 개선, 정경유착의 근절 등을 통해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경영 풍토와 환경을 조성해 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일부 전문가는 4차산업혁명 시대엔 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 등에 대체되면서 자본소득의 중요성이 날로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한다. 더욱이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될 경우 배당소득은 이자소득에 못지않은 소득 창출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에서도 자본소득과 증시 투자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립을 통해 외국인의 잔치에 끝나지 않는, 국내 투자자도 함께 웃을 수 있는 투자 환경 마련에 힘써야 할 때라고 보는 이유다. 또한 이를 통해 외풍에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자본시장이 조성되고 지속 성장이 가능한 경제 환경을 조성해 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장기간 국정 공백 속에 찾아온 예기치 않은 국내 증시의 활황이 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활력소로서 '스위트 스완'이 될지 아니면 경제 위기의 단초가 되는 '검은 백조'로 변색될지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상당 부분 달라질 것이란 예상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