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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는 게 어머니날의 가장 좋은 선물...김병희 칼럼광고에서 배우는 경영통찰력(시리즈 5)...브라질 일렉트로룩스 광고의 교훈
김병희 서원대 교수  |  wh1463@choi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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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08  06: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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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희 교수

[외부 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가족 행사가 많은 5월, 그중에서도 8일은 어버이날이다.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는 날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마케팅 활동을 펼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나 3월 14일 화이트데이, 또는 11월 11일의 빼빼로데이 까지는 나름의 이야깃거리가 있어 그래도 봐줄만 하다. 하지만 커플데이(2월 22일), 삼겹살데이(3월 3일), 3.14 원주율에 꿰맞춘 파이데이(3월 14일), 착한 일 하자는 천사데이(10월 4일) 등등 기억하기도 어려운 어떤 날들이 숱하게 생겨나고 있다.

그때마다 기업에서는 이른바 데이 마케팅(day marketing)을 전개한다.

‘기념일 마케팅’의 한국적 표현인 데이 마케팅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기념일 마케팅은1965년에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의 마케팅 교수들이 물적 유통으로 경제적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 구조를 예상하고 확대해 고객을 만족시키는 과정이라고 그 개념을 제시하면서 시작되었다. 뜻깊은 기념일을 챙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해 일시적으로 판매를 촉진하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었다.

기업에서는 어버이날을 비롯해 기념일을 앞두고 광고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이 자기네 상품이 좋으니 많이 소비하라는 일방적인 주장에 그치고 있어 안타깝다.

브라질에서 방송된 일렉트로룩스(Electrolux)의 광고 ‘선물’ 편(2014)에서는 일방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마음으로 느끼게 했다. 스웨덴에 본사가 있는 일렉트로룩스는 1919년 설립되었는데 미국의 월풀(Whirlpool)에 이어 세계 2위의 글로벌 가전업체다. 2001년에는 로봇청소기 트릴로바이트(Trilobite)를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등 진공청소기, 냉장고, 세탁기, 토스터, 커피메이커 등 다양한 브랜드의 신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어머니날(Mother’s Day)을 앞두고 방송된 일렉트로룩스의 광고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자.

 

   
▲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광고가 시작되면 레치챠라는 여학생이 독백을 시작한다. “대학에 가게 됐어요” “고교생 이후 늘 상파울로를 떠나고 싶었어요. 대학 가려구요” 바로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상파울로를 떠날 때 뭐가 가장 힘들까요?” 레치챠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엄마, 엄마를 떠나야 한다는 거죠” “엄마는 항상 이러셨죠. 그날이 오면 절대로 저랑 같이 공항에 가지 않겠다고요” “혼자서 다시 집에 가는 게 너무 힘들 거 같다면서요” 어느덧

레치챠는 공항에 도착한다. 그 사이에 엄마 혼자 양파를 썰고 야채를 다듬어 일레트로룩스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요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륙을 준비하는 비행기가 보였나 했더니 보자기로 음식을 싸고 있는 엄마의 바쁜 손놀림이 클로즈업 된다. 레치챠는 이륙한 기내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기내 방송이 나온다. “신사숙녀 여러분.

굿 이브닝.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레치챠, 엄마가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앞 사람 의자에 붙은 모니터를 켜자 그녀의 엄마가 방송 모니터에 등장한다. 깜짝 놀라며 환하게 웃는 레치챠. “안녕. 얼마나 멀어져 가고 있니? 어쨌든 넌 떠났고 난 여기 있구나. 대견해. 오늘은 우리가 함께 보내지 못한 첫 번째 어머니날이네. 하지만 걱정 마. 내가 받고 싶은 가장 큰 선물은 내 딸인 너야. 저녁 맛있게 먹어. 엄마가 손수 만든 거야. 종종 소식 주렴”

레치챠의 눈가에 스르륵 눈물이 흐른다. 스튜어디스가 엄마가 보내온 음식을 그녀에게 가져다주고, 탑승한 손님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그 장면을 되돌아본다. 앞에서 계속 포르투갈어(브라질 포르투갈어)로 말했던 것과는 달리, 마지막 장면에서는 영어 자막 두 개가 저속으로 흐르며 광고가 끝난다. “엄마는 어머니날에도 자식을 생각합니다(Your mother thinks of you even on her day)” “엄마가 되는 게 어머니날의 가장 좋은 선물이기 때문에(Because being a mom is the best Mother’s Day present)”

보는 관점에 따라 어머니날인데 왜 딸이 엄마에게 선물을 주지 않고 엄마가 딸에게 선물을 주는지 의아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나 외국에서나 어버이날 광고에서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자는 내용으로 구성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광고 창작자들은 엄마가 딸에게 선물 주는 상황을 설정해 딸 위주로 이야기를 전개한 뒤 어머니날의 의미를 역으로 되새기도록 해서, 이야기 가치를 만들어 냈다. “엄마가 되는 게 어머니날의 가장 큰 선물”이라는 카피로, 철딱서니 없는 자식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사랑이란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 의미를 엄마의 마음에서 느끼도록 했다. 상식을 뒤집는 역발상의 통찰력으로 접근했기에 가능했다. 이 광고로 인해 불황 속에서도 일렉트로룩스의 브라질 내 판매율은 11%나 증가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데이 마케팅 활동을 다양하게 전개하는데 무늬만 기념일 마케팅에 가깝다. 데이 마케팅을 제대로 하려면 그 날에 알맞은 이야깃거리를 찾아내 흥미롭게 구성하고 확산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이야기의 확산 가능성을 ‘이야기 가치(story value)’라고 한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가치를 제공해야 그 날이 소비자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가는데, 우리 경영자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일방적으로 상품만 팔려고 한다. 한마디로 여유가 없고 너무 성급하다.

이야기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 주변에 늘 있는데도 무심해서 놓치는 것을 발견하는 역발상의 통찰력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시장 분석이나 경쟁사 분석만 열심히 하면 뭐하겠나. 경영자들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헤쳐 나가려면 역발상의 통찰력을 키우는데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 엄마는 어머니날에도 자식을 생각하고, 엄마가 되는 게 어머니날의 가장 좋은 선물이라는 광고의 주제를 생각하며, 이번 어버이날엔 어릴 적 그 자식으로 다시 한 번 돌아가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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