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둔화보다는 초과 공급이 야기한 가격 하락...경기 둔화 신호로 보긴 일러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지난해 연말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원유, 철광석,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멈추고 심지어 지난 4월 고점에 비해서는 하락세를 보였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혹시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멈추고 다시 하락 국면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글로벌 금융기관인 HSBC가 15일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공급 측면에서 야기된 가격 하락 때문이지 수요 침체가 불러온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당장 세계 경제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HSBC는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몇 주 동안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는데 특히 원유, 철광석, 구리가 이를 주도했다”며 “시장 관찰자들은 이에 대해 점차 불안해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의 원자재 가격 랠리가 글로벌 경제 여건의 개선 신호를 보냈듯이, 최근 원자재의 대량 매도가 글로벌 경제의 하락 징후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에서다.

이와 관련해 HSBC는 “이에 대답하기는 매우 이르지만 보다 중요한 점은 공급 측면이 가격 하락의 요인이지 수요의 급격한 감소 신호는 아니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우선 원유의 경우 높은 유가 수준이 미국 셰일 생산자들로 하여금 다시 활기를 찾게 만들었듯이 최근의 원자재 가격 하락은 수요 감소가 아니라 글로벌 초과공급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철광석 역시 공급이 증가하고 있어 최근 철광석 가격의 하락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는 분석이다.

구리 또한 칠레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구리 생산기업의 파업 종료로 인해 구리 공급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예상이 제기되면서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HSBC는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은 수요 측면에서의 이야기만으로 충분치 않다. 어느 정도는 가격 하락이 약한 수요를 반영하긴 하지만 공급 증대가 이를 불러온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변수는 원자재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성장률이 지난 1분기 6.9%를 기록해 고점을 보이고 난 뒤, 4분기까지 6.6%가 예상돼 성장이 일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이 같은 성장 속도도 여전히 꽤 견고할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요약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은 2016년 초 매우 낮은 수준에서 상승했고 2017년 4월을 기준으로 저점 대비 42%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공급과 수요의 성장 추세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시장 관찰자들은 최근 들어 원유, 철광석, 구리가 주도한 원자재 가격 하락이 경제 하락 신호를 보내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이후 원유, 철광석, 구리 가격은 각각 12%, 17%, 4% 하락했다. 물론 지난해 초에 기록한 저점에 비해서는 78%, 59%, 29% 상승한 수준이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수요 감소의 징후일 수는 있다. 그러나 공급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는 특이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유의 경우, 최근의 대량 매도는 수요 약세보다는 초과공급에 대한 우려가 훨씬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유가 상승이 미국 셰일 생산자들에게 활기를 다시 불어 넣었고 시장 관찰자들은 OPEC(석유수출국기구) 생산자들의 원유 감산 목표를 고수하기 위한 해결책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성장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원칙적으로 더 많은 원유 공급은 긍정적인 이야기다.

원유 가격 상승과 수익성 개선의 결과, 미국 원유시추기는 2016년 중반에 기록한 저점에 비해 117% 증가했다. 그렇지만 2014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을 당시에 기록한 고점보다 여전히 55% 적은 수치다. 또 비OPEC 주요국들의 투자 축소로 인한 공급 감소가 미국 셰일 공급의 증가를 상쇄시키고도 남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따라서 유가가 향후 적어도 수분기 동안 견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유가 전망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당분간 견고할 것이라는 관점을 지지한다.

철광석의 경우도 최근의 대량 매도는 대부분 공급 측면에서 야기된 것이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가격이 크게 오르자 공급이 가속화되면서 가격 하락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예상했고 투기적인 활동이 가세한 측면이 있으나 수요 감소 때문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구리의 경우도 공급 측면이 최근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칠레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구리 광산기업의 44일 동안 계속된 파업 종료는 시장에 더 많은 공급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상을 불러왔다. 이에 가격의 추가 하락 우려가 제기되고 2016년 초에 기록한 저점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대두했다.

글로벌 금속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지난해 트럼프 정부가 등장하자 보호무역주의 위협에 대비하는 측면에서 재고 축적을 위한 수요를 크게 늘렸는데, 이것이 최근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준 측면도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1분기 6.9% 고점을 찍은 후 4분기까지 6.6%로 약간 둔화되기는 하겠지만 그리 나쁜 수준의 성장률은 아니므로 수요 측면에서 큰 문제가 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높아지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위협이 최근 완화된 것으로 보이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지난 4월 초 미국 플로리다에서 회담을 가진 이후 세계 경제는 원자재에 좀 더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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