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왕 빌 그로스, 채권시장 방어에 총력...한국 채권시장도 긴장

미국의 양적완화(QE)가 축소조치가 시작되면 가장 위험한 곳은 역시 채권시장이 될 것 같다.

심지어 채권 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핌코 CEO마저 “장기 채권은 피하고 캐리 투자로 위험요인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다.

또한 이런 가운데 130조원어치의 막대한 한국 채권을 보유한 외국인들이 향후 양적완화 축소시 어떤 행동을 보일 것인가도 주목된다.

8일(미국시각) CNBC에 따르면 핌코에서 운영하는 채권 펀드(토털리턴펀드)의 실적이 말이 아니다. 지난 6월에만 140억달러가 펀드에서 이탈했다. 또 2분기중 3.6%라는 최대 손실을 야기했다. 이에 따라 빌 그로스 CEO가 강력한 방어에 나섰다. CNBC에 출연해서다.

그는 “지금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양적완화 축소를 앞두고 일대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환율, 주식, 채권시장간 전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러면서 “결국은 금융전쟁에서 채권시장이 이길 것”이라고 호언했다.

빌 그로스는 이어 “지금처럼 채권시장의 매력이 두드러진 적도 드물다”고 했다. “이미 채권가격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가격 매력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30년만기 국채를 비롯한 장기 채권은 여러 금리변동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채에 투자할 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따라서 “장기채보다는 상황에 맞게 투자전략을 바꾸는 ‘캐리’투자가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빌 그로스가 자신이 운용하는 토털리턴펀드의 추가자금이탈을 막기 위해 인터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빌 그로스의 이번 인터뷰는 핌코의 펀드에서 자금이 급속히 이탈하던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다. 그만큼 양적완화를 앞두고 채권시장에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는 얘기다. 빌 그로스의 이날 발언은 따라서 그간 양적완화 축소 분위기 여파로 금리가 상승하고 채권가격이 하락해 있는 만큼 지금이야말로 매수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빌 그로스의 이같은 발언이 채권시장 안정에 얼마나 도움을 줄 것인지는 미지수다. 현재 글로벌 자금시장에선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엔 채권이 주식보다 안전하고 주식이 환율시장보다는 변동성이 덜했지만 양적완화를 앞둔 지금은 그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까닭이다. 양적완화 축소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지난 5년간 신흥국으로 빠져 나갔던 외국인 자금들은 다시 선진국으로, 채권시장에 몰려있던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각각 이동하는 상황에서 빌 그로스는 정 반대의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것이다.

제이비스탁의 김란 팀장은 “이날 빌 그로스의 발언은 시장 환경 급변에 대한 심경을 표출한 것으로 이해된다”면서 “빌 그로스 자신도 금리변동이 커진 것을 의식해 장기적 투자보다는 캐리투자전략으로 위험을 해지해 가며 수익을 내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핌코의 토털리턴펀드는 지난 2007년 금융위기 때 큰 돈을 벌어들인 펀드로 올 1분기까지는 급성장 가도를 달려 왔으나 2분기 이후 양적완화 축소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적완화 축소를 앞두고 한국 채권시장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130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한국 채권을 보유한 상황에서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불거져 시장 상황을 예측불허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양적완화 출구전략과 함께 외국인들이 한국 물을 대거 처분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의 한 IB(투자은행업무) 담당자는 “외국인이 한국 채권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은 양날의 칼처럼 많은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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