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독자주의' 강조한 이례적 강경 발언의 세가지 원인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28일 맥주 한잔을 움켜쥐고 유럽 독자주의를 강조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일 국가원수로서 대단히 이례적이다.

메르켈 총리는 집권정당인 기독교민주당과 기독교사회연합의 행사에서 “우리 유럽인들은 우리의 운명을 우리의 손으로 개척해야 한다”며 “남에게 크게 의지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나는 이를 최근 며칠 동안 크게 깨달았다”고 밝혔다. G7 회담이 끝난 직후의 발언이다.

이는 누가 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에 대해 협조만 하지는 않을 것임을 공언한 것이다.

로이터는 30일(한국시간) 보도를 통해 메르켈 총리의 발언을 이끈 세 가지 주요 원인을 제시했다.

첫째는 오는 9월24일의 독일 총선이다. 집권 기독민주연합은 사민당에 대해 지지율에서 두 자릿수의 우세를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독일국민들이 트럼프에 대해 좀 더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요구하면서 판도가 뒤바뀔 소지가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메르켈 총리가 선제적으로 트럼프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는 분석이다.

유럽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는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방위비와 관련해 두 개의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능하다. 첫째는 트럼프와 결별해 독자노선을 구축할 정도로 군사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는 그럼으로써,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 분담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에 부응하는 셈이 된다.

사민당은 방위비 지출 확대에 반대하는 반면, 메르켈 총리는 찬성하고 있다.

둘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당선이 메르켈 총리에게 ‘강한 유럽’의 용기를 불어넣어줬다는 것이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의 발언이 마크롱 대통령 당선 이후 준비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손이 하얗게 될 정도로 움켜쥐는 마크롱 대통령을 보면서 메르켈 총리는 ‘유럽’이 강한 실체임을 유권자들에게 설명할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정말 트럼프가 싫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취임 후 해외 첫 순방에서 독일에 대해 무역불균형을 불평하고 방위비지출을 늘리라고 강요했다. 중요한 환경협약인 파리 기후협약을 준수할 지도 밝히지 않았다.

그의 안하무인 태도는 두스코 마르코비치 몬테네그로 총리를 무례하게 밀쳐내는 행동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파리기후협약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한 태도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대단히 불만”이라고 비판했다. 유럽독자노선 강조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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