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타임스 "중국 규제당국, 영화 산업 살리기 위해 좀비 영화에 굴복"

▲ 영화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캡처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중국 영화 시장에 '좀비'가 조금씩 허용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중국 당국이 영화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그간 금기시 됐던 좀비 영화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중국 영화계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유력 경제신문인 파이낸셜 타임스는 31일(한국시각) “최근 영화 산업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박스오피스를 성장시키기 위해 할리우드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특히 중국 정부는 수년간 좀비와 은밀한 전쟁을 벌여왔다”면서 “사이비 종교 집단이나 미신을 조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른바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공산당의 검열 가이드라인’ 때문에 그간 좀비, 뱀파이어, 늑대인간, 미라, 귀신을 주제로 한 외국 영화들은 거의 한결같이 검열로 인해 중국에서의 상영이 금지되었다”고 전했다.

특히 “작년에는 소니 픽처스(Sony Pictures)의 고스트버스터즈가 중국에서 상영 금지되었고, 좀비 대참사로 찬사받고 있는 한국 영화 ‘부산행’ 또한 중국 영화관에서 상영되지 못했다”면서 “그렇긴 하지만 부산행은 다운로드되면서 중국서 은밀히 유명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이런 기류에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움츠러드는 영화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조금씩 좀비 영화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수년간의 아찔한 성장 이후 중국의 영화 박스오피스는 올 들어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하락의 위기에 놓여있다”면서 “영화 매출을 늘리고, 영화 산업의 쇠퇴를 막기 위해 좀비 등에 대한 검열 규정이 조심스럽게 엷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올해 좀비가 적어도 영화관에서는 그간의 설움에 복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컨대 세상의 종말 이후를 다룬 스릴러 영화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은 상영 13일 만에 10억 위안(1억 4500만 달러)을 벌어들였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의 검열 당국이 그 영화에서 7분을 삭제하긴 했지만, 비틀거리는 좀비들을 기관총으로 쏘는 장면은 대부분 삭제되지 않은 채 상영됐다”고 밝혔다.

 

▲ 영화 '로건'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캡처

 

이어 “로건의 뮤턴트 손톱으로 잘려나간 머리와 다른 신체 부위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폭스(Fox)사의 ‘로건’이 중국에서 개봉되면서 중국 영화 업계의 여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 선장인 유령선을 주제로 한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가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상영될 예정”이라며 “지난 5월 11일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에서의 상영이 할리우드 영화가 중국에서 개봉된 첫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홍콩에 위치한 노무라(Nomura)의 리차드 후앙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중국에서 좀비나 귀신 영화가 허용된 적은 거의 없었고, 로건과 같은 끔찍하고 폭력적인 장면은 접근금지 구역이었다”면서 “하지만 올 연초부터 중국 당국은 외국 영화를 검열할 때 더 느긋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는 “수년간의 아찔한 성장 이후 중국의 박스오피스는 올해 들어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하락의 위기에 놓여있다”면서 “영화 매출을 늘리고, 영화 산업의 쇠퇴를 막기 위해 검열 규정이 조심스럽게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좀비 영화가 시장의 규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외국 영화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은, 폐쇄되어 있기로 악명 높은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더 많은 외국 영화와 더욱 폭 넓은 범위의 소재에 개방하라는 미묘한 힘의 이윤적인 동기를 가리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것은 또한 과거에 패왕별희나 홍등과 같은 영화를 제작했던 중국 내 영화 산업이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자아성찰을 하게끔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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