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사람 마음속도 알기 어려운데, 굴지의 대재벌이 실제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제주체는 궁극의 경제적 이익을 목표로 행동한다는 전제에 비춰, 기업 역시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결과를 원한다고 추측해 볼 수는 있다.

삼성이 과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반대할 것이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혹시라도 낙마할 경우 이것이 삼성그룹에게 유리할 것이냐를 따져볼 수는 있다.

그 경우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별로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또 다시 “재벌에 입김에 넘어갔다”는 국민적 비판과 한국사회에 대한 회의감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런 비판정서가 쏟아질 때마다 특히 삼성그룹이 곤혹스러워지는 일이 있다. 수많은 재벌을 놔두고 사람들은 ‘삼성 공화국’이라는 표현만 쓰면서 날을 세울 것이다. 세 번에 한번 정도라도 ‘현대차공화국’이나 ‘LG공화국’이라고 할 법도 한데, 사람들은 무조건 ‘삼성공화국’이란 용어만 쓴다.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이런저런 문제점을 제기할 때마다 “저 의원은 무슨 재벌 편 아니냐”는 비난이 따라붙는다.

사실 삼성그룹은 지금 국회 인사청문회에 모든 관심을 집중시킬 형편이 아니다. 실질적 총수가 법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그가 조속히 경영에 복귀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전력투구해야 할 마당이다.

따지고 보면 삼성그룹만큼 김상조 교수와 미운 정 고운 정 쌓인 기업도 없다.

2004년 주총장에서 김상조 교수 물리력으로 축출 → 2005년 주총장에서 김상조 교수의 소액주주 투표권 보장 및 윤종용 부회장과 악수하고 마무리 → 2013년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 강사로 김상조 교수 초청의 지나온 세월을 보면, 김상조 후보자는 더 이상 삼성그룹의 적대인사가 아니라 ‘상빈(上賓)’으로 예우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변화의 모습은 재벌개혁 운동가로서 김상조 교수의 요구가 한국의 재계에 어느 정도 수용돼 지배구조의 개선으로 이어졌음을 의미한다. 김 교수 또한 더 이상 쫓겨날 것을 예상하고 주총장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의 성과에 대해서는 재계에 덕담도 하는 사람으로 변모했다.

단계를 밟아 차츰차츰 재계도 변하고, 진보적 운동가들도 소기의 성과에 보람을 느끼는 와중에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된 것이다.

김상조 후보자를 낙마시킬 경우, 그동안 조금씩 화목해지던 분위기는 일순간에 예전으로 돌아가 버릴 소지가 다분하다.

소버린, 엘리엇 등 끊임없이 해외투자세력들이 등장해 국내 재벌의 경영권에 끼어드는 현실에서, 10여 년 전과 같은 재벌 비판이 무성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그 어떤 재벌에도 별로 이롭지 못하다.

따라서 김상조 후보자가 재벌개혁 운동가란 이유로 해서 그를 낙마시키는 것은 국내 대그룹들에게는 오히려 평지풍파가 돼서 이해를 심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재계의 이해관계와 전혀 별개로, 또 하나 관건은 장관급 공직자로서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다.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이런저런 건들이 지적됐다. 아들의 군 복무시절 휴가 문제도 나왔고 위장전입 문제 등이 있었다. 위장전입으로 인해 자녀가 좋은 학군에 부당하게 포함됐는지, 또는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차지했는지는 당연히 살펴볼 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기에 군복무를 한 아들이 과연 군 간부들로부터 참여연대 ‘반골교수’의 아들이란 이유로 특혜를 받았는지는 뚜렷이 밝혀지지 않은 모양이다. 이는 역대정권의 장관 임명 사례에 비춰 경중이 판단될 일이다.

그런데 김 후보자에 대한 검증 뉴스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자주 거론하는 속담이 있다. ‘뭐 묻은 개와 겨 묻은 개’다. 심지어 돼지발정제는 괜찮다는 어느 당 사람들도 전부 검증대상이 돼 봐야 한다는 지적도 담고 있는 속담이다.

야당은 빨리 전열을 수습해 여당과 정치적인 경합을 벌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일종의 ‘본분’이기는 하다.

다만 김상조 후보자의 검증을 이러한 정국 전환의 계기로 삼으려 하면서 재계의 정서적 지원까지 내심 기대한다면, 과연 지금이 그럴 때냐는 회의론을 제기한다.

재벌 마나님이 전문 지식도 없이 기업 경영을 떠맡았다가 망할 때가 되자 자기가 먼저 지분을 처분해 문제가 된 것이 작년의 일이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국내 제1의 그룹 총수는 권력자의 비선 실세 딸에게 말을 사주고, 국민연금의 석연찮은 지원을 받아냈다. 이것은 끝내 정권의 붕괴로 이어졌다.

이런 시국에, 뭐 묻은 사람들이 재벌개혁 운동가로 유명한 사람의 모든 겨를 털어내겠다고 덤벼드는 것이 과연 아무 뒤탈 없겠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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