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만나기 전날 금리인상 시사... 금리 0.07%포인트 급등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한국은행 창립 6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돌연 금융시장에서 ‘긴축발작’을 일으켰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12일 1.697%에 마감됐다. 전날보다 0.065%포인트 올랐다.

10여 년 전의 채권시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6.5bp 인상이 뭐가 대수냐” 하겠지만, 그 세월동안 채권시장은 변해도 너무나 변했다. 당시만 해도 5% 가량이던 지표금리가 지금은 너무나 낮아져 소수 셋째자리까지 집계를 하고 있다. 10여 년 전엔 0.05% 포인트 이내 변동은 잔잔한 하루였지만, 지금은 0.02%포인트만 넘어도 급등락이다. 이날처럼 0.07% 포인트 뛰어오르면, ‘1년 농사’를 하루에 다 날리는 투자자가 속출할 수도 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한국은행 창립 67주년 기념식에서 “앞으로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어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면밀히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동안 현재 금리 수준 자체가 완화적이라고 밝혀왔다. 그런 사람이 완화 정도의 조정을 언급했다면 논리적으로 금리 정책의 편향(bias)을 인상으로 바꾼다는 결론이 된다.

외국인들이 이날 채권을 투매하면서 금리가 치솟은 것은 이 총재 발언 때문이다.

그의 발언에 대해 시장에서는 ‘뜬금없다’는 반응을 쉽게 접하고 있다. 미국처럼 경제지표와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관계자들의 논쟁이 계속 이어진 것도 아닌데, 느닷없이 한국은행 총재 발언으로 금리인상이 튀어나왔다.

일부에서는 바로 다음날인 13일 이주열 총재가 김동연 신임 경제부총리를 만나는 것과 관련해 해석하기도 한다.

‘뜬금없다’는 시장의 반응에는 ‘과연 이 총재가 정말로 올릴 것이냐’는 의구심도 섞여있다.

이는 지난 3년간 그의 직무수행 과정을 지켜본데서 비롯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펼칠 때 이 총재는 금리인하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막상 금통위에서의 결과는 금리인하로 끝났다.

지난해 국책은행 구조조정 펀드 역시 ‘소신 따로, 정책 따로’의 전형적인 사례다. 국회에서는 당시만 해도 여당소속이었던 유승민 이혜훈 의원까지 나서서 “한은의 발권력이 아니라 국채발행을 하라”며 그 때 야당이던 김부겸 의원 등과 뜻을 같이 했다. 이 모습에 고무된 듯, 이주열 총재도 “중앙은행이 아니라 재정이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금통위 결과는 10조원의 구조조정 펀드 조성이었다. 10조원 한도 가운데 9조원에 대해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하기로 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이 총재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건 분명하지만 연내 인상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런 모습이다.

신임 경제부총리를 만나기 전날의 사전 포석인지, 지금까지 보여준 것처럼 소신은 소신이고 정책은 따로인지를 현재로선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 소신대로 정책할지 모른다는 경계감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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