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외국정상과의 만남에서 저마다 다른 모습의 악수를 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했다가 외면당했다.

지극한 우호를 과시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 때 자신의 손이 무려 19초 동안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손아귀에 잡혀있는 사실을 깨달았다.

젊음을 과시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매섭게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면서 손마디가 하얗게 되도록 그의 손을 움켜쥐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에서 한동안 통역 없이 프랑스어로 발언하기도 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는 영어로 발언한 것에 비춰, 마크롱 대통령의 프랑스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의도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9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금의 한미관계는 전통의 동맹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더욱 절실해진 가운데 사드 배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환율 문제가 기술적인 예민함을 더하고 있다. 기술적 예민함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특이한 통치행위에서 비롯되고 있다.

두 정상이 첫 만남에서 나누는 악수가 많은 것들을 예고할 것으로 보인다.

악수에 필요한 손힘은 문재인 대통령이 7살 더 많은 트럼프 대통령에 뒤질 일은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 같은 30대는 훨씬 지났지만 전 세계 정상 가운데 매우 보기 드문 고도의 군복무 경험을 갖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야당 대표시절 자신이 복무했던 공수특전여단을 방문한 모습. /사진=뉴시스.


일주일 후를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기복이 심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서 오래오래 지속될 메시지를 남기는 확실한 길은 있다.

양국 국민들이 함께 싸워왔던 기억을 한국인들은 절대 잊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이미 이와 관련된 발언을 몇 차례 남기고 있다.

‘함께 싸운 기억’에 대한 강조가 대화 상대방인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잘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전쟁 포로 출신의 존 맥케인 상원의원을 조롱하는 것도 서슴지 않은 인물이다. 그의 이런 고약한 면모가 현재 그의 지도력을 흔드는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내년부터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라는 조롱도 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개인의 성향이 불규칙하더라도, 미국의 중추를 형성하는 다수 국민의 정서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이것이 끝내는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무시 못 할 변수가 되는 것이 미국의 정치다.

지금으로부터 41년 전, 판문점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이 도끼를 휘둘러 미군장교 두 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미국은 엄청난 분노에 휩싸였다.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은 일전을 불사하는 강경대응에 나섰다. 미군들은 중무장한 채 도끼를 들고 미루나무 절단작전을 벌였다. 도끼를 들고 나선 것은 전부 미군들이었지만, 한국의 공수부대 또한 지원 작전에 동원됐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한국의 대통령이 당시의 공수부대원이었던 사실을 미국인들에게 알려서 나쁠 것은 없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