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양적완화 축소 발언이 옐런 · 하커 등 연준 인사들의 매파 발언 잠재워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27일(미국시각) 뉴욕 외환시장의 분위기는 마리오 드라기 ECB(유럽중앙은행) 총채가 압도했다. 그의 발언에 유로화가치가 폭등하고 미국 달러가치와 일본 엔화가치는 동반 추락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등 美 연준의 고위 인사들이 향후 금리인상 강행이라는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지만 이날 드라기 총재의 발언 파장을 막지는 못했다.

뉴욕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미국 달러가치가 전날의 상승세를 뒤로 하고 다시 추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미국 달러화가치 수준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96.41로 무려 1.04%나 급락하며 97선이 힘없이 붕괴됐다. 또한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달러인덱스도 88.35로 전날의 88.73보다 급락했다.

이날 연준 고위 인사들의 발언은 매파적이었다.

이날 연설에 나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물가 상승률 둔화는 일시적인 것으로 여겨진다”며 “올해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커 총재는 런던 연설에서 이같이 말하고 “경제가 호조를 보이는 것을 고려하면 완화적인 정책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는 것을 여전히 지지한다”면서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도 “은행 시스템이 과거보다 더욱 견고해졌으며, 연준의 조치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여전히 금리인상을 강행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들 두 연준 고위 관계자의 발언만 놓고 보면 이날 미국 달러가치가 급등했어야 옳다. 이들이 금리정책과 관련해 매파적인 정책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킨 하루였다.

하지만 이날 미국 달러 가치는 급락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이 옐런과 하커의 발언을 압도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최근 유럽의 경기 흐름은 양호하다”면서 “점진적인 양적완화(경기부양책) 축소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시장이 화들짝 놀랐다. 유로존 일각에선 “ECB가 오는 9월  회의에서 월 600억 유로인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쏟아졌다. 그러자 미국 달러인덱스(달러가치)를 결정하는 6대 통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로화(약 60% 비중)의 가치가 전일 대비 1% 이상 치솟았고 미국 달러가치는 1% 이상 추락한 것이다.

이날 미국 달러 대비 유로화의 가치는 1.1337달러로 솟구치면서 1.13달러를 단숨에 상향 돌파했다. 이는 전날의 1.1182달러보다 크게 오른 것이다. 9개월만의 최고치다.

또한 달러 대비 파운드화의 가치도 더불어 뛰었다. 1.2812달러로 전날의 1.2721달러보다 껑충 올랐다.

그러나 엔화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미국이 긴축을 하고 있고 유로존 마저 긴축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최근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나홀로 통화완화 정책 지속을 선언한 상태에서 이날 엔화가치도 하락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112.33엔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날의 111.85엔보다 상당 폭 오른 것이다. 엔-달러 환율이 올랐다는 건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절하됐다는 의미다.

한편 이날 달러가치 추락에도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더 떨어진 것은 옐런과 하커의 매파적 발언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