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의 29일(미국시간) 만찬회동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전에 비해 상당히 절제된(?) 모습을 보여줬다.

두 대통령의 악수 장면은 외면하거나(트럼프-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19초 동안 붙잡고 있거나(트럼프-아베 신조 일본 총리)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되도록 힘겨루기(트럼프-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와 같은 이색적 장면 없이 대단히 정상간 악수 같은 모습을 보였다.

악수 뿐만 아니라 만찬 인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지나친 반응을 자제하고 문 대통령의 연설에 덕담으로 화답했다. 유럽 방문 때 두스코 마르코비치 몬테네그로 총리를 밀쳐내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일 정도였다.

성격이 격렬하던 사람이 갑자기 무난한 태도로 일관하는 이유 가운데는 현재 정신이 온통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트위터에서 원래의 유명한 ‘트위터 수장(Tweeter-in-chief)’ 계정과 비교적 온순한 ‘대통령 트럼프’ 두 개의 계정을 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수장’ 계정에서 “한국 대통령과 매우 훌륭한 만남을 방금 마쳤다. 북한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포함해 많은 주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언론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헤드라인에서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다. ‘트위터-수장’이 만찬회동 당일 특정언론인에 대해 특유의 험담공격을 펼치면서 뉴스 초점은 온통 여기로 쏠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판이 형편없는 ‘모닝 조’가 나에 대해 험담했다고 들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이제 안 본다.) 그렇다면 아이큐 낮은 미친 사람 미카와 사이코 조가 왜 신년전야 무렵에 3일 연속 나를 찾아와 동참하라고 졸랐었나. 그녀는 얼굴 성형 때문에 심하게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나는 안된다고 거절했다”는 트윗을 올렸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험담 공격을 한 MSNBC의 '모닝 조' 프로그램. /사진=MSNBC 홈페이지 화면캡쳐.


주요 언론은 역대 대통령에게 볼 수 없던 이런 언행에 대해 전문가들과의 좌담까지 편성하며 대서특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과 극단적인 갈등을 벌이는 때는 대개 치열한 정치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미국 의회 상원에서는 ‘오바마 케어’ 철폐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가 전력투구하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 전원이 반대하는 가운데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법안 처리가 현재는 불투명한 상태다.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이 통과될 경우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와 건강보험 혜택을 잃게 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건강보험 개정, 즉 ‘트럼프케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경제정책 추진력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로 간주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력 유지 여부까지 걸린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상당히 많은 현안들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이번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지만, 상대인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다른 곳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면 다소 허탈한 결과가 나올 소지도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아무런 뚜렷한 결론 없이 모든 것이 뒤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문 대통령은 정상외교 뿐만 아니라 미국 대중들에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보의 필요성이 높아진다. 한국전쟁 참전 미군 용사들을 위로한 행사가 이런 측면에서 주목된다. 한국의 대통령이 보수와 진보 가운데 어떤 진영에서 등장하든, 미국의 대통령이 어떤 특이한 개성을 가졌든 간에, ‘함께 싸운 기억을 절대 잊지 않는 한국’이란 메시지를 남긴 계기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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